세상의 이야기와
마음 속 꽃이 함께 피는 공간

🏛 역사 톺아보기(한국사 공부방)/🕰️ 비하인드 한국사

비하인드 한국사 #106 : 조선 후기 ‘상평통보’ 유통과 화폐 경제의 문제점

J.J.(제이제이) 2025. 6. 9. 22:30

비하인드 한국사 #106

조선 후기 ‘상평통보’ 유통과 화폐 경제의 문제점


상평통보, 조선 후기 화폐경제의 시작

1678년(숙종 4년), 조선은 본격적으로 금속 화폐인 상평통보(常平通寶)를 발행하며 동전 유통의 시대를 열었다. 이전에도 조선통보 등 화폐가 시도된 적이 있었으나, 상평통보는 국가가 법정화폐로 지정하고 전국적으로 유통을 강제한 최초의 주화였다. 상평통보의 등장은 농업 중심 사회에서 상업과 시장경제가 성장하던 조선 후기 변화의 상징이었다.


상평통보의 유통 방식과 확산

상평통보는 처음 서울과 평안도 등 일부 지역에서 유통을 시작해 점차 전국으로 확대됐다. 국가는 세금을 돈으로 내게 하는 금납화 정책을 추진했고, 시전 상인들에게 동전을 무이자로 빌려주는 등 화폐 사용을 장려했다. 발행은 호조, 상평청, 진휼청, 군영 등 다양한 기관에서 이루어졌으며, 각 기관은 자체적으로 재원을 마련해 동전을 주조했다.

상평통보의 앞면에는 ‘상평통보’가, 뒷면에는 발행처와 ‘이(二)’자(당이전)가 새겨져 있었으며, 단위는 ‘문(文)’, 일상에서는 ‘푼’이라 불렸다4. 동전의 무게와 구리 함량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줄어들었다.


상평통보 유통의 문제점

1. 인플레이션과 물가 상승

 

초기에는 동전 공급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물가가 상승하는 인플레이션 현상이 발생했다. 조선 정부는 화폐 유통량과 물가 상승의 상관관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1698년에는 일시적으로 상평통보 주조를 금지하기도 했다.

2. 전황(錢荒)과 유통량 부족

금속 화폐는 그 자체로 재산적 가치가 있어, 많은 사람들이 동전을 쌓아두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로 인해 실제 시장에 유통되는 화폐가 부족해지는 ‘전황’(돈 가뭄) 현상이 반복되었다. 동전이 유통되지 않으면서 상거래가 위축되고, 경제 활동에 큰 장애가 발생했다.

3. 사전(私錢)과 위조화폐 문제

상평통보의 발행처가 늘어나고, 관리가 느슨해지면서 사적으로 동전을 주조하는 ‘사전’(위조화폐)이 성행했다. 사전은 구리 함량이나 크기에서 관전(공인 화폐)과 차이가 있어 화폐 신뢰도를 떨어뜨렸고, 시장의 혼란을 가중시켰다. 정부는 사전 주조를 금지했으나, 결국 순조 때에는 사전 유통까지 용인할 수밖에 없었다.

4. 지역별 유통 격차와 불균형

상평통보는 서울과 주요 상업 도시를 중심으로 유통되었으나, 지방 농촌에서는 여전히 곡물이나 포목 등 물물교환이 주를 이뤘다. 화폐 경제의 확산이 지역별로 불균등하게 진행되어, 전국적 통화경제의 기반을 다지지 못했다.


상평통보와 조선 후기 경제의 변화

상평통보의 등장은 조선 후기 상업 발전과 시장경제 확대의 촉매였다. 동전 유통으로 상거래가 활발해졌고, 시전 상인과 중간상인 계층이 성장했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여러 문제점으로 인해 조선의 화폐경제는 완전히 정착하지 못하고, 전통적 물물교환과 병존하는 불안정한 구조를 유지했다.


결론: 상평통보의 유산과 한계

상평통보는 조선 후기 경제 구조의 변화를 이끌었지만, 관리 미흡과 제도적 한계로 인해 화폐경제의 안정적 정착에는 실패했다. 인플레이션, 전황, 위조화폐, 지역 격차 등은 조선 후기 경제의 고질적 문제로 남았다. 그럼에도 상평통보는 근대적 화폐제도의 토대를 마련하며, 이후 신식 화폐로의 이행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참고문헌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상평통보’
  • 우리역사넷, ‘조선, 화폐를 만들다’, ‘전황’
  • 한국전통미술융합진흥원, ‘조선후기 화폐의 대표, 상평통보’
  • 네이버 블로그, ‘조선시대화폐 변천사와 내용 알아보기’
  • 위키백과, ‘상평통보’

 

관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