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특검'이 필요한 이유
12·3비상계엄의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현재 진행중인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과 형사재판만으로는 그 실체를 밝히기 어렵다. 이대로 가다간 온전한 진상 규명이 어려워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전후의 행동이 헌법에 위배됐는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내란죄 관련 형사재판은 윤 대통령과 그의 지시를 받아 움직인 군·경 지휘부 등 11명의 공소제기(기소) 사건만 다루게 된다. 이번 내란 사건의 전모를 밝히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내란특검' 도입이 필요한 이유다.
재판이 이미 시작돼 '내란특검'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일각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지금이라도 '내란특검' 도입이 절실한 이유를 짚어봤다.
수사의 불완전성 해소를 위해 필요하다
1. 표면적 수사의 한계 극복
현재까지의 수사는 주로 이미 드러난 사실들을 구체화하는 데 그쳤다. 윤석열 대통령을 포함한 11명이 내란죄로 기소되었지만, 이들에 대한 공소장은 사실상 하나의 틀을 따르고 있다. 이는 사건의 표면만을 긁은 것에 불과하며, 더 깊이 있는 진실 규명이 필요하다.
2. 핵심 의문 사항 해결
특검은 다음과 같은 핵심적인 의문들을 해결하는 데 집중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한 진정한 동기는 무엇인가?
-계엄은 어떻게 준비되었으며, 누가 주도적으로 관여했는가?
-계엄이 성공했다면 최종적으로 어디까지 진행될 예정이었는가?
3. 은폐된 정보 파악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의 증언에서 드러났듯이, 윤 대통령이 계엄 직전 개인적인 가정사를 언급했다는 점은 계엄 선포의 실제 이유가 공식적으로 밝혀진 것과 다를 수 있음을 시사한다. 특검은 이러한 숨겨진 동기와 배경을 철저히 조사할 수 있다.
4. 법적 논란 해소
윤석열 대통령이 그동안 수사기관의 적법성을 문제 삼아온 만큼, 특검을 통해 수사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법적 논란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 이는 향후 재판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절차적 논란을 미리 방지하는 효과도 있다.
주요 증거에 대한 심층 조사를 위해 필요하다
1. 노상원 수첩 관련 의혹 해명
정치인과 언론인 500명을 "수거해 처리한다"거나 계엄 명분을 위해 북한 도발을 유도한다는 내용이 담긴 노상원 수첩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 특검은 다음과 같은 사항을 밝힐 수 있습니다:
-누구의 지시로 수첩이 작성되었는가?
-수첩의 내용은 어디까지 실행될 예정이었는가?
-수첩에 언급된 인물들은 누구이며, 어떤 역할을 맡았는가?
2. 윤 대통령의 지시 내용 확인
윤 대통령의 계엄 관련 지시를 담은 쪽지에 대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조태용 국가정보원장의 진술이 서로 엇갈리고 있다. 특검은 이러한 모순된 진술들을 명확히 하고, 실제 지시 내용과 그 의도를 밝힐 수 있다.
수사의 독립성 및 공정성 확보를 위해 필요하다
1. 공권력의 이중적 지위 문제 해결
이번 사건에서 공권력은 범행 주체이자 수사 주체라는 특수한 위치에 있다. 이로 인해 현재의 수사 체계로는 엄정하고 공정한 수사가 어려울 수 있다. 특검은 이러한 이해상충 문제에서 자유로운 독립적인 수사를 진행할 수 있다.
2. 수사 방해 의혹 해소
검찰이 김성훈 경호처 차장에 대한 경찰의 구속영장을 세 차례나 반려한 것이나, 계엄 관련 의혹을 받는 인사가 서울경찰청장에 임명된 것 등은 수사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게 한다. 특히 윤 대통령 체포를 앞장서 막았던 김 차장은 현 정권 인사들의 비화폰 통화 기록을 인멸하려 한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그가 구속돼 비화폰 서버가 경찰 손에 들어가면 대통령실과 검찰 수뇌부의 부적절한 통화가 드러날까 봐 수사를 방해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특검은 이러한 의혹들을 해소하고, 객관적이고 공정한 수사를 보장할 수 있다.
수사의 연속성 및 완결성을 위해 필요하다
1. 정권 교체에 따른 수사 중단 방지
새 정부 출범으로 수사가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있다.특검은 정권 교체와 무관하게 독립적으로 수사를 진행할 수 있어,끝까지 진실을 규명할 수 있다.
2. 기존 수사의 보완 및 완성
특검은 기존 수사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남은 의혹들을 철저히 조사하여 사건의 전모를 밝힐 수 있다. 이는 "설거지를 확실히 해놓지 않으면 다음 식탁을 차릴 수 없다"는 비유처럼, 향후 유사한 사태의 재발을 방지하고 민주주의의 기반을 강화하는 데 필수적이다.
역사적 진실 규명을 위해 필요하다
12.3 비상계엄 사태는 대한민국 현대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역사적 사건이다. 특검은 이 사건의 모든 측면을 철저히 조사하여 역사적 진실을 빠짐없이 밝힐 수 있다. 이는 미래 세대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다.
결론적으로
12.3 비상계엄 내란 사태에 대한 특검 수사는 단순히 법적 처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이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지키고, 역사적 진실을 밝히며, 미래 세대에게 교훈을 남기는 중요한 과정이다. 특검을 통해 은폐된 진실을 밝히고, 공정하고 철저한 수사를 진행함으로써, 우리 사회는 이번 사태로부터 더욱 성숙한 민주주의 국가로 거듭날 수 있다.
동아일보 신광영 논설위원이 21일자로 쓴 칼럼 내용 일부를 인용한다.
내란 사건은 결국 특검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는 사건이다. 이미 재판이 시작돼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주장도 있지만 그건 검경 수사로 사건 전모가 거의 밝혀졌다는 전제에서만 타당한 얘기다. 역사에 길이 남을 이 사건의 빈칸을 그대로 둔 채 수사의 종지부를 찍을 수는 없다. 그동안 수사기관의 적법성을 문제 삼아 온 윤 대통령은 이제 법정에서 수사 내용의 빈틈을 파고들 것이다. 특검이 출범해도 검경 수사의 설거지만 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지만 설거지를 확실히 해놓지 않으면 다음 식탁을 차릴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