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국회 측 김선휴 변호사 최종 변론...尹이 군대에 끼친 해악은
지난 25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마지막 변론에서 국회 측 김선휴 변호사는 '윤 대통령이 군대에 끼친 해악'에 대해 최종 변론했다.
김 변호사는 " 국민을 위한 군대를 한 개인의 정치적 목적에 이용된 사병으로 전락시켰다"고 일갈했다.
이어 " 피청구인(윤 대통령)을 파면하는 헌법 재판소의 결정이 피청구인이 무너뜨린 군의 정치적 중립, 훼손된 군의 명예, 손상된 신뢰를 회복하고 군인과 그 가족들이 받은 상처를 치유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 변호사의 최종 변론 전문이다.
저는 피청구인이 이번 비상계엄으로로 대한민국 군대에 끼친 해악에 대해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2022년 6월 24일, 피청구인은 6.25 참전 용사를 초청하여 메달을 수여했습니다.
그 메달의 이름은 '평화의 사도 메달'이었습니다.
우리가 군인을 평화의 사도라고 불러야 하는 이유는 이들에게 부여된 최고의 의무가 바로 평화를 지키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설령 전쟁에 참여하더라도 군인의 행위는 궁극적으로 평화를 위한 수단이어야 합니다.
그러나 참전 용사의 목에 평화의 사도 메달을 걸어 주던 피청구인은 2년 뒤 군인들을 내란의 현장으로 내몰았습니다. 평화 대신에 분열과 혼란의 소용돌이 속으로 밀어 넣었습니다. 30명의 군인이 내란과 직권남용으로 수사 대상이 되었습니다.
이들 중 누군가는 엄중한 책임을 지게 될 것입니다. 피청구인의 지시를 적극적으로 수행한 이들을 옹호할 여지는 없습니다. 사령관들은 명령의 위법성을 판단하기 어려웠다, 대통령의 명령이기에 정당한 것으로 생각하고 따랐다고 변명합니다.
뉘른베르크 재판에서 나치 전범들이 내세운 변명과 다르지 않습니다.
멀리 갈 필요도 없이 바로 5.18 내란 재판에서 내란 수괴 전두환의 지시를 이행한 군인들도 상관의 명령을 따랐을 뿐이라고 변명하였습니다. 그러나 위법한 상관의 명령에 따랐던 이들은 모두 처벌받았습니다.
다만, 이 모든 위헌 위법한 행위의 최종 명령권자로서 이들을 내란의 도구로 동원한 피청구인에게 가장 무거운 책임이 있음은 자명합니다.
대한민국은 국군의 정치적 중립을 헌법에 명시한 나라입니다. 우리 헌정사에서 다시는 군의 정치 개입과 군부독재의 아픈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천명입니다. 그러나 피청구인은 87년 헌법 이후 40년 가까이 지켜온 문민 통제와 국군의 정치적 중립 원칙을 무참히 훼손하였습니다.
국민을 위한 군대를 한 개인의 정치적 목적에 이용된 사병으로 전락시켰습니다.
불과 몇 년 전 기무사를 해체하고도 국군은 또다시 정치 개입의 역사와 단절하지 못했다는 불명예를 안게 되었습니다.
국민들이 군의 정치적 중립은 물론 국가 안보에 대한 군의 헌신마저 불신하게 될까 우려스럽습니다.
이러한 불신은 자유민주주의 공화국의 토대를 위태롭게 합니다.
피청구인이 끼친 해악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비상 계엄 이후 이달 3일까지 52명의 특전 부사관이 전역을 신청했습니다.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세 배 이상 늘어난 숫자입니다.
숙련된 군 간부의 이탈은 군대가 또다시 내란의 주역이 되었다는 자괴감이나, 비상 계엄 이후 군대에 가해진 사회적 비난과 무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양병 10년 용병 1일'이라는 말처럼 군인은 언제 있을지 모르는 한 번의 위기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긴 시간 피나는 각고의 노력과 훈련을 통해 양성되는 사람들입니다. 군인은 대한민국의 자유와 독립을 보전하고 국토를 방위하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나아가 국제 평화의 유지해 이바지함을 그 사명으로 삼고 있으며, 충성과 성실, 정직과 청렴의 의무를 집니다.
이런 소명과 헌신을 담보로 국민은 세금을 기꺼이 지불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피청구인의 위헌 위법한 비상 계엄은 동원된 군인들 개개인의 삶을 송두리째 파괴했을 뿐만 아니라, 국가가 키워낸 소중한 인적 자원을 무용지물로 만들었습니다. 숙련되고 충성된 지휘관을 다시 양성하고 군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까지 우리 사회는 또다시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 할 것입니다.
이에 대해 군통수권자인 피청구인은 이제까지 한 번도 진심어린 사과와 용서를 빌지 않았습니다. 한 사람의 장군과 고급 장교가 탄생하려면 본인의 노력뿐 아니라 그 가족과 동료들의 응원과 헌신, 희생이 필요합니다. 이번 비상 계엄에 동원된 군인의 가족과 동료들은 치유하기 어려운 자괴감으로 괴로워하고 있을 것이 분명합니다.
누가 어떻게 이들의 상처를 보듬어 줄 것이며, 그동안 군인으로서 지켜온 명예를 회복시켜 줄 수 있겠습니까? 군인이 추구하는 최고의 덕목은 용기이고, 용기에 대한 최고의 보상은 명예입니다.
이 사건 심판정에서 우리가 목도한 군인의 용기를 보호하고 존중하는 것이 명예 회복의 시작이 아닐까 합니다.
계엄 상황에서 모든 군인이 위법한 명령에 맹목적으로 복종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소극적인 비협조나 주저함이었다 해도 피청구인의 비상 계엄이 초래할 수도 있었던 더 큰 참상을 막은 것은 대단한 영웅적 행동이 아니라 상식과 양심에 따른 작은 용기들이었습니다.
나아가 위법한 명령을 거부하는 것이 용기가 필요한 결단이 아니라 당연한 군인의 권리이자 의무가 될 때 대한민국 군대는 비로소 권력자의 사병이 아니라 제복을 입은 민주 시민으로서 명예를 되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일어난 일을 진실 그대로 증언하는 것도 용기입니다. 사령관들이 입을 닫아 감추려고 했던 그날의 진상은 그 부하들의 입을 통해 드러났습니다.
더욱이 자신도 불법에 가담했음을 인정하고 책임을 감수하며 사실 그대로 증언하는 용기와 그 진술에는 힘이 있습니다. 용기 있는 진술이 이 사건 탄핵 심판에서 사실 인정의 기초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군대를 내란의 도구로 삼은 군통수권자에게는 책임을 물어 파면해야 합니다. 피청구인이 군통수권자 지위에 있는 한 군의 정치적 중립과 명예 회복은 불가능합니다. 피청구인의 지시를 따르지 않았던 군인은 보호될 수 없을 것입니다.
피청구인을 파면하는 헌법 재판소의 결정이 피청구인이 무너뜨린 군의 정치적 중립, 훼손된 군의 명예, 손상된 신뢰를 회복하고 군인과 그 가족들이 받은 상처를 치유하는 첫걸음이 되리라고 믿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