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전문]국회 측 김진한 변호사 최종 변론...헌재의 역할, 시민의 용기

J.J.(제이제이) 2025. 2. 28.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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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국회 측 대리인단의 일원인 김진한 변호사. 오마이TV 캡처

 

지난 25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마지막 변론에서 국회 측 김진한 변호사는 헌법재판소의 위상과 역할을 재조명하는 한편 시민들이 가져야 할 자세와 용기에 대해 얘기 했다.

김 변호사는 피청구인(윤 대통령)의 위법행위는 어떤 분탕질로도 가릴 수 없고 반드시 처벌받아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시민들의 연대와 협력으로 민주주의를 회복할 수 있다고 설파했다.

 

다음은 김 변호사의 최종 변론 전문이다.

 

저는 헌법 재판소, 그리고 2025년 우리 시민들에게 필요한 진실과 용기라는 주제로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헌법 재판소는 대한민국의 헌법질서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입니다.
하지만 권력자나 다른 국가기관을 압도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지 못합니다. 헌법 재판소가 갖는 재판의 권한도 사실 다른 권력기관이 갖는 힘과 비교할 때 그 힘이 미미합니다. 판단하는 힘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질문하는 힘에 가깝습니다.

헌재가 갖는 유일한 힘은 바로 그 질문하는 힘, 그리고 그 질문이 갖는 설득력입니다. 헌법 재판소는 그동안 이런 질문의 힘을 공정하고 정의롭게 사용해 왔습니다. 그 덕분에 우리 사회는 한 걸음 더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의 민주주의가 성숙하게 된 데에 기여한 수많은 요인 중 헌법 재판소의 업적을 빼놓을 수는 없습니다.

40년도 되지 않는 길지 않는 역사를 가진 헌법 재판소는 대한민국 공동체가 나아가고 민주주의에 대한 신뢰를 굳건히 하는 나침반과 안전판의 역할을 수행해 왔습니다.

무엇보다도 그 전까지 무시되고 배척되었던 힘없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존중하고 경청해 왔습니다.

정치 사회 세력이 서로 치열하게 대결하여 어떤 결론도 내리지 못하고 갈등할 때 헌법 재판소의 판단으로 평화적으로 처리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헌법재판소의 성취가 가능하였던 가장 중요한 이유는, 우리 국민들이 헌법 재판소의 질문과 판단을 신뢰하고 존중하였기 때문입니다.

 

광장에서 충돌과 대립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피청구인의 위헌적 행위를 옹호하는 일부 정치 세력과 사회 세력들이 헌법을 부정하며 헌법재판소를 흔들고 있습니다. 앞장서서 헌법 질서를 존중해야 할 정치인들이 오히려 헌법 재판소에 대한 불신을 선동하고 있습니다.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달성하기 위한 도구로 삼고자 헌법 재판소의 위기를 부추기는 것입니다.

정치 세력들에게, 정치인들에게 헌법재판소를 흔드는 행위를 중단할 것을 호소드립니다.

헌법재판소가 우리 사회에 던지는 질문에 공감하지 않더라도, 그래서 질문의 내용을 비판하더라도 질문하는 재판관들이 편향된 사람이라고 선동해서는 안 됩니다.

그것은 자신들의 편견 가득한 이념틀로 재판관들의 생각과 양심을 함부로 규정짓는 행위이며, 헌법 재판소의 질문하는 입을 폭력의 손으로 틀어막는 행위입니다.

사실 이 호소는 어느 진영의 일방을 위한 호소가 아닙니다. 헌법 재판소는 자의적인 권력으로부터 국민을 지켜주는 가장 최후의 기관입니다. 지금은 헌재 흔들기에 여념없는 정치 세력도 언젠가 권력의 횡포로부터 보호받아야 할 때는 헌재 심판정 앞에 호소할 수밖에 없습니다.

만일 헌법 재판소에 대한 신뢰마저도 무너뜨린다면 우리 사회는 헌법 이전에 만인 대 만인의 투쟁 상태로 돌아갈 것입니다. 우리에게 남아 있는 것이라고는 미움과 혐오. 그리고 중단 없고 한계 없는 최악의 갈등이 될 것입니다.

 

 2025년 우리에게 필요한 진실과 용기에 관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1987년 이후 도도하게 흐르고 있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우리 역사의 거스를 수 없는 성취입니다. 때로는 민주주의가 흔들리는 순간과 마주하기도 했습니다.

불리한 권력이 법과 정의를 무너뜨리려 했던 순간, 공동체가 분열되고 서로에 대한 신뢰가 흔들렸던 순간,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해야 했습니다. 우리 국민들은 그 순간마다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서는 더 강한 민주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고, 진실과 정의를 향한 용기로 그것을 지켜왔습니다.

이제 민주주의와 기본권 보장은 단순한 제도가 아니라 국민들의 보편적 합의이며, 그 의미를 내면화한 우리 모두의 가치이고 양심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다시 한번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현재 우리에게는 어떤 진실과 용기가 필요할까요? 제가 생각하는 우리에게 필요한 진실과 용기는 이런 것들입니다.

 

첫째,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행위가 있을 떄 우리는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판단해야 합니다. 진실을 외면하는 순간, 무이성과 비합리가 지배하던 시대로 돌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 사건, 탄핵 심판 사건의 본질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담고 있습니다. 우리의 민주주의는 최고 권력자가 비상계엄과 군을 동원해서 권력 전체의 사유화를 노리는 행위를 허용하는가.

 

이 사건의 본질을 바꿔 보려고 시도하는 세력들은 주장합니다. 이것은 여당과 야당 간의 권력 투쟁이다, 좌파와 우파의 대결이다, 극한의 투쟁을 버린 야당을 응징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을 뿐이다. 하지만 우리 헌법은 정치적 반대파를 제거 위해 비상계엄과 군을 동원하는 것을 어떠한 경우에도 허용하고 있지 않습니다.
어떤 거짓 명분과 허위 주장으로 분칠을 한다고 해도 민주주의 헌법의 근간을 침해한 행위의 본질이 바뀔 수는 없습니다.

 

둘째, 우리는 민주주의를 파괴한 자들에게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헌법을 보호하고 준수하겠다고 선서한 대통령이 날벼락 같은 비상 계엄을 선포해 민주공화국을 해체하려고 했습니다. 언론 · 출판 · 집회 · 결사의 자유를 모두 빼앗는 포고령을 발표했습니다. 군대를 실은 헬리콥터를 국회에 보냈고, 계엄 해제 요구 결의 중인 국회의원들을 회의장 밖으로 끌어내라고 명령했습니다.

 

이런 행위를 한 피청구인에게 책임을 묻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피청구인을 다시 권좌로 돌려보낸다면 나와 우리 가족의 미래는 결코 안전할 수 없습니다. 책임을 묻는 것은 과거 행위에 대한 응보나 복수를 위한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 모두의 미래를 위한 일입니다.

셋째, 우리는 모두를 서로 신뢰해야 합니다. 불신과 분열은 우리를 가장 쉽게 무너뜨립니다. 우리는 역사 속에서 함께 나아갈 때 더 강해진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우리를 갈라놓으려는 거짓 선동과 거짓말들을 이겨내고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손을 잡아야 합니다. 같은 목표를 향해 가는 동료 시민으로서 우리는 다시 협력하고 연대해야 합니다. 그리고 생각하고 행동해야 합니다.

우리들 자신이 직접 나서지 않는다면 그 어떤 권력도 우리의 자유를 대신 지켜주지 않습니다. 우리가 올바른 질문을 던지고 잘못된 것에 대해서 맞서며 행동할 때 민주주의는 회복될 수 있습니다. 이번 헌법적 위기 상황 속에서 우리가 지켜보아야 했던 가장 안타까운 장면은 경찰과 사법 기관을 향해 폭력을 행사하는 일부 젊은이들의 모습이었습니다.

우리는 이들 젊은이들을 비난하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될 것입니다. 우리 사회의 법과 제도, 현실과 관행이 우리 젊은이들의 꿈을 좌절하도록 만들지는 않았는지, 우리 사회가 그들에게 합당하고 공정한 희망을 나누어 주었던 것인지, 돌아보아야 합니다. 민주주의는 단순한 법과 절차로 유지될 수는 없습니다. 
구성원 모두가 그 공동체 속에서 희망과 신뢰를 찾을 수 있을 때 지속될 수 있습니다.

 

2025년 민주주의 위기 속에서 우리는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 국민들이 대한민국을 사랑하고 신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영화의 제목처럼 한국이 싫어서 한국을 떠나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우리는 과연 어떤 나라를 만들어야 할 것인가에 관하여서 말입니다.

 

결론입니다. 우리는 민주주의 헌법의 기초를 다시 세우기 위해 이 사건 탄핵 심판정에 모였습니다. 저희 국회 대리인단 모두는 확신합니다.
헌법 재판소 재판부가 조만간 내려주실 판단은 우리의 민주주의를 더욱 강하게 만들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 국민들은 그 판단 속에서 희망을 발견하고, 대한민국에 대한 신뢰를 일구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 헌법 재판소가 결단해야 할 시간입니다.
우리 대리인단 모두는 숨죽여 헌법 재판소의 판단을 기다리겠습니다. 그리고 국민들과 함께 간절한 마음으로 헌법재판소의 정의로운 판단을 기도하고 염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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