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국회 측 송두환 변호사 최종 변론...광인에게 운전대 못 맡긴다
지난 25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마지막 변론에서 국회 측 송두환 변호사는 피청구인(윤 대통령)이 파면돼야 하는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했다.
"광인에게 다시 운전대를 맡길 수는 없습니다. 증오와 분노로 이성을 잃은 자에게 다시 흉기를 쥐어줄 수는 없습니다."라는 그의 발언은 아직도 뭇 사람의 입에 오르내린다.
송 변호사는 또 피청구인이 위헌위법한 비상계엄을 선포한 후 자신의 행동을 어떻게 합리화 해왔는지에 대해서도 소상히 설명했다.
다음은 송 변호사의 최종 변론 전문이다. 변론 시간은 무려 22분에 달한다.
존경하는 헌법 재판소 재판관님들께, 이 탄핵 심판 사건에 관한 저희 소견을 말씀드릴 기회를 가지게 된 것을 큰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먼저, 지극히 과중한 부담 속에서도 이 사건의 공정하고 신중한 심리에 매진해오신 재판관들님께 깊은 경의를 표합니다.
피청구인이 지난해 12월 3일, 돌연히 비상 계엄을 선포함으로써 대한민국이 극심한 혼란과 갈등 상황에 처한 지 이제 84일이 되었습니다.
이 기간 동안의 일들을 돌아보면 참으로 착잡한 심정을 금할 수 없습니다.
피청구인의 계엄 선포 당일, 우리 국민들이 느꼈던 황당함과 놀라움, 충격과 공포, 불안과 분노 등 지금도 그 느낌이 생생합니다.
그런데 그날 이후 이 사태에 대한 조사, 수사,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피청구인과 그 주변 일부 인사들이 그 당시 우리 모두 TV 생중계 화면으로 목도한 일들까지 부인하며 상식에 반하는 궤변과 책임 회피의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우리 국민들은 또 다른 고통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 현재의 상황입니다.
피청구인이 이른바 친위 쿠테타의 형태로 내란 행위를 벌인 것에 대해서 그 사실 관계를 파악하고 그에 합당한 헌법적 대응을 하고자 하는 것이 바로 이 탄핵 심판입니다
그런데 피청구인의 일련의 내란 행위, 그 사실관계와 성격은 기실 매우 단순하고 매우 명확합니다.
헌법 제77조 제1항에서 말하는 전시,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의 비상 사태도 아니었고, 병력으로써 군사상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 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도 아닌 것이 객관적으로 명백한 상태에서
피청구인이 지극히 주관적인 판단, 그리고 도저히 동의할 수 없는 동기와 목적으로 느닷없이 비상 계엄을 선포하고,
그 과정에서 적법한 국무회의 심의 및 부서 등 절차를 갖추지도 않고, 헌법 제77조 제4항에 따라서 지체 없이 국회 통고할 의무도 이행하지 않은 것은 물론,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 의결을 불가능하게 하기 위하여 국회의 활동 등 일체의 정치 활동을 금하는 내용의 계엄 포고령을 발령하고,
국회의원의 국회 출입 통제 및 체포를 위한 병력을 출동시키는 등 일련의 내란 행위를 함으로써 헌법과 법률을 위배했다는 사실은 이 탄핵 심판 사건에서의 증거 조사, 그리고 그와 관련된 수사 및 조사 과정에서 이미 명백하게 드러났습니다.
이 부분은 저희들이 여러 증거도 제출한 바가 있어서 이 점에 관하여는 더 이상 중복하여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다만, 이 사건을 우리가 어떤 시각으로 바라볼 것인지, 그 성격을 어떻게 규정해서 어떤 헌법적 대응을 할 것인지에 관한 의견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가장 먼저 이와 같은 피청구인의 행위에 있어서 그 위헌 위법의 정도, 위헌 위법의 중대성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에 관한 것입니다. 이 점과 관련해서는 한 개의 질문, 또는 의문이 떠오릅니다. 과연 이 사건에서의 위헌 위법보다 더 중대한 위헌 위법 사유가 과거이든 미래이든 있을 수 있겠는가 하는 것입니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에서의 탄핵소추 사유는 요컨대 기자회견에서 특정 정당을 지지한 대통령의 발언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에 위반되는지 여부였고, 2017년 대통령 박근혜 탄핵 심판 사건에서의 소추 사유는 어떤 특정 민간인의 국정 개입을 허용하고, 권한을 남용한 행위가 대통령의 공익 실현 의무에 위배되는지 여부가 그 핵심이었습니다. 그에 비해서 이 사건의 소추 사유는 위헌 위법한 계엄 선포, 그리고 그 전후에 걸친 국회· 선관위 침탈, 다수의 정치인 · 법조인 등 체포 구금 시도 등 내란 행위에 관한 것입니다.
우리 형사법의 전 체계 내에서 가장 중한 법정형이 규정된 범죄가 내란죄라는 점을 굳이 상기하지 않더라도 헌법 · 법률 위반의 중대성 면에서 이 사건에 있어서의 위헌 위법성보다 더 무겁다고 평가할 사유는 과거에도, 또 미래에도 있을 것이라고 상상하기가 어렵습니다.
나아가 대통령의 국법상 지위가 어떠한지 잠시 생각해 보겠습니다. 대통령은 국정의 최고 책임자, 헌법의 수호자이면서 국군 통수권자입니다. 이는 헌법 제66조 및 74조에서 명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대통령은 이와 같은 엄중한 책무를 수행할 확고한 의사와 능력, 그리고 자격을 갖추고 있을 것이 요구됩니다. 그리고 대통령의 어떤 공적인 행위에 대한 평가는 당연히, 이러한 국법상 지위와 성격에 비추어서 행해져야 할 것입니다.
그러한 관점에서 이 사건의 경우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돌아보면, 피청구인이 당초에 비상계엄을 선포할 때의 대국민 담화 내용부터 납득하기 어렵고 실은 매우 괴이쩍었습니다. 그 담화 내용을 보면 국회의 탄핵 남발, 그리고 예산 삭감 등으로 국정 운용이 매우 어렵다라고 하는 설명을 하더니, 그 어떤 다른 사정의 설명이나 주장도 없이 갑자기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기 위해서 계엄을 선포한다라고 선언을 했습니다. 이 대목은 피청구인이 그와 다른 정치적 견해를 가졌거나 또는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협조하지 않는 자는 그것만으로도 종북 반국가 세력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한편, 피청구인이 말하는 국정 운영의 어려움이라는 사정이 있다면, 대통령으로서는 여야의 대립 · 갈등, 국회와 정부의 불통 등이 그 원인인지를 살펴본 다음, 무엇보다 먼저 국회 또는 여 · 야당 정치 지도자들과의 대면 대화, 설득, 협상 등 노력을 시도하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경우의 필요에 대비하여 헌법은 제81조에 "대통령은 국회에 출석하여 발언하거나 서한으로 의견을 표시할 수 있다"라는 규정까지 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피청구인은 이러한 노력은 전혀 하지 아니한 채 상대당과의 대화, 대면 등을 완강하게 거부하고 불타협의 자세를 완고히 유지하던 끝에 난데없이 비상 계엄을 선포하는 동시에 병력을 국회에 출동시켰던 것입니다.
이는 피청구인이 국정의 최고 책임자, 그리고 헌법의 수호자로서의 지위와 책무에 대한 인식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입니다.
한편, 피청구인은 적어도 지난해 봄 이후 정 · 관 · 군의 측근 인사들과 대화하면서 국정 운영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방안으로 비상대권을 여러 차례 운운하였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 또한 매우 우려되는 대목입니다.
비상대권이라는 용어는 중세 시대 이후 서구의 이른바 절대 왕정 시대 또는 왕조 시대에 존재했던 개념으로, 근현대 국민 주권 국가의 헌법에서 엄격한 요건과 절차에 따라 제한적으로 인정되는 국가 긴급권과는 그 발상의 기초가 다른 것입니다.
그리고 피청구인은 실제로 이 사건 비상계엄 선포 및 일련의 내란 행위를 함에 있어서 헌법과 법률에 정한 실체적 또는 절차적 요건 등을 전혀 괘념하지 않고 함부로 진행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는데, 이는 피청구인이 과거 절대 왕정 또는 왕조 시대의 비상대권 개념에 함몰되어서 현대 국민 주권 국가의 대통령 직에는 전혀 맞지 않는 그런 시대착오적 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러한 점에서 피청구인은 헌법 수호자로서의 의사와 능력, 자격 나아가 국군통수권을 보유하고 행사할 능력과 자격을 갖췄다고 도저히 볼 수 없습니다.
또 한편, 피청구인은 비상계엄 선포 당시 최우선적으로 선거 관리위원회에 군 병력을 출동, 침투시켜 제압하고서도 이제 와서는 부정선거 음모론을 믿었던 것은 아니다, 단순히 선거 관리 시스템 점검을 하고자 했던 것이다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그러한 선거 관리 시스템의 점검이라면 대통령의 통상적인 행정 권한 행사로 충분히 가능한 것이므로, 결국 이는 피청구인 스스로 병력을 출동시켜 할 국가 비상 사태는 아니었다라는 것을 자백한 것과 같습니다.
이밖에 피청구인은 억지 주장과 궤변으로밖에 볼 수 없는 여러 가지 주장을 하였는데, 이를 전부 열거하기가 어려울 정도입니다.
피청구인은 계엄 선포 당일 군인들이 국회 출동 진입을 했으나, 그로 인한 무슨 유혈 사태가 발생하지는 않았고, 오히려 군인들이 국민들로부터 폭행을 당했다라고 주장하였는데, 이는 마치 야간 주거 침입 강도범인이 그 강도범을 집에서 밀어내려고 한 집주인을 폭행범으로 몰아붙이는 것과 똑같습니다.
우리 국민들은 만약에 12월 3일 그날 밤 민주 시민 의식이 있는 국민들이 즉시 국회 주변으로 달려가 계엄군의 국회 진입을 막아서지 않았더라면, 또 현장에 출동한 군인들이 그 제복 속에 소중히 간직하고 있던 민주적 양식과 양심에 따라 피청구인의 불법적 명령에 소극적 저항을 벌이지 아니하였더라면, 그리하여 피청구인의 의도와 계획이 그대로 진행되었더라면, 그 후 얼마나 끔찍한 사태가 벌어졌을지 상상하면서 지금도 몸서리를 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피청구인은 세상에 두 시간짜리 계엄이라는 것이 있는가, 의원 등 체포 또는 유혈 사태가 실제 발생하지 않았으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 국회의 해제 요구 의결을 당연히 예상한 경고용 계엄, 심지어는 계몽령 운운함으로써 차마 할 말을 잃게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단언컨대 우리 국민들은 이 사건 비상계엄과 탄핵 심판의 전 과정을 비상한 관심으로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피청구인 측이 어떤 궤변을 논하더라도 그 허구성, 그 허위성을 간파할 능력이 있으며 따라서 그에 현혹되지 않을 것입니다.
피청구인이 국민 대다수의 바로 눈앞에서 위헌 위법한 만행을 펼쳐 보이고서 그 후에 억지 변명과 궤변으로 잘못을 덮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우리 국민들의 의식 수준과 판단 능력을 얕잡아보는 오만함일 뿐입니다.
존경하는 헌법재판관님, 피청구인이 나름 상당한 기간에 걸쳐 이 사건 비상 계엄 및 일련의 내란 행위를 계획해 왔으나 정작 그 실행 과정에서 예상치 못했던 변수들로 인하여 당초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되었던 것이다라고 하는 객관적 상황이 충분히 밝혀진 상황입니다.
그런데도 피청구인은 그에 대해서 당당하게 과오를 시인하고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기는커녕 억지 변명과 궤변, 책임 회피 그리고 피해자 코스프레 등으로 일부 지지층을 향한 선동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우리 사회는 최근 두 개 진영으로 나뉘어서 상대 진영에게 증오와 분노의 언어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피청구인은 그러한 혼란 상황을 이용하여 다시 한번 정치적 반대자들을 반국가 세력으로 몰아서 일거에 척결할 기회를 갖고자 골몰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광인에게 다시 운전대를 맡길 수는 없습니다. 또한 증오와 분노로 이성을 잃은 자에게 다시 흉기를 쥐어줄 수는 없습니다.
헌법 수호자로서의 책무를 망각하고 헌법 규정과 그 정신에 역행하여 헌법과 헌정 질서를 공격하고, 그러한 목적으로 국군 병력을 함부로 동원해서 헌법 기관과 헌법 체계를 공격함으로써 헌법 수호자 겸 국군 통수권자로서 능력과 자격이 없음을 스스로 증명한 사람을 대통령에 복귀하게 할 수는 없습니다.
피청구인의 무모하고 무도한 행위, 그 행위로 인한 헌정 질서의 위기, 그로 인한 현재의 혼란과 갈등, 반목, 적대의 상황을 가장 빠르게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서둘러야 할 것입니다.
한걸음 더 나아가서 오늘의 이 탄핵 심판은 단순히 피청구인 한 사람의 대통령직 유지 여부를 가리는 데 머무르지 않습니다. 이것은 우리 헌법의 존엄을 지키고, 우리 민주주의 가치를 수호하며, 입헌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헌정 질서와 법치주의 장래를 결정짓는 중대한 재판입니다.
우리의 입헌 민주주의는 이제까지 여러 차례 위기를 경험한 바 있었으나, 그때마다 우리 국민들은 용기와 지혜로 이를 극복해 왔습니다.
우리의 역사는 그 고통스러웠지만 위대했던 그 발걸음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 탄핵 심판은 우리 국민들이 다시 한번 민주헌정 질서의 위기를 넘어서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역사의 한 장면으로 남을 것입니다.
존경하는 헌법 재판관님, 이제 우리 헌법이 그 스스로 헌법 및 헌정질서의 수호 장치로 마련해 둔 이 탄핵 심판 제도를 통하여 피청구인의 비상 계엄 선포와 일련의 내란 행위의 위헌 위법성을 분명하게 공권적으로 확인, 선언하고 피청구인을 대통령직에서 확정적으로 배제해야 합니다.
그것이 헌법의 명령, 국민의 명령, 역사의 명령이라고 생각합니다.
존경하는 헌법 재판관님, 이러한 점을 고려하셔서 피청구인을 대통령직에서 마땅히 파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