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 한일극장 앞에서 열린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앞줄 오른쪽 두번째). 사진 출처 : 박은정 의원 페이스북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이 2월 28일 대구 중구 동성로에서 열린 촛불문화제에 참석해 연설한 내용이 눈길을 끈다.
박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단의 일원으로도 활동하는 등 여러 몫을 하고 있다.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가장 잘 한 일 중 하나는 박은정 의원을 비례대표 1번으로 영입한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수구(꼴통)의 심장'이 돼버린 대구 출신으로 이런 인물이 있다는 것은 대구의 축복이다.
대구가 처음부터 '수구의 심장'이었던 것은 아니다. 이승만 독재정권의 부정과 부패에 항거하여 1960년 2·28민주운동이 일어났던 곳이 대구이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최초의 민주화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운동은 이후 3·15마산의거와 4·19혁명의 도화선이 되었다. 당시만 해도 대구는 우리 나라에서 시민들의 민주의식이 가장 깨어 있는 곳이었던 것이다.
이에 앞서 1956년 제3대 대통령 선거에서도 대구 시민들은 진보당의 조봉암 후보에게 72.3%라는 압도적 지지를 보냈다. 그만큼 1960년대까지 대구는 '조선의 모스크바'로 불릴 정도로 진보적이었다.
1972년 유신체제 직후 대구가 본격적으로 보수화된 것도 아니다. 1985년 총선까지도 대구는 야당을 지지(6명 중 4명 당선)했다.
대구의 보수화는 1987년 대선을 기점으로 급격히 진행됐다. 그 때부터 시작된 지역주의 정치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맞겠다. 따라서 대구가 보수화된 것은 이념적 변화 때문이 아니라 지역주의 정치의 부수적 효과라고 볼 수 있다. 이를 적극적으로 이용 또는 악용한 세력이 그때나 지금이나 정치인들임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대구의 정치적 현주소는 '보수의 심장'이 아니다. 대구를 정치적 텃밭으로 삼고 있는 국민의힘이 12·3비상계엄을 계기로 보수의 가치인 헌정질서와 법치주의를 헌 신짝 버리듯이 버렸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국민의힘 김상욱 의원도 여러 차례 지적한 바 있다. 국민의힘이 더이상 '보수 정당' 이 아니듯이 대구도 '보수의 심장'이 아닌 것이다.
김순덕 동아일보 고문의 지적대로 국민의힘을 '수구(꼴통)의 힘'이라 불러야 한다면, 대구 또한 '수구(꼴통)의 심장'이라는 조롱을 피하기 어렵다.
다시 박은정 의원 얘기로 돌아간다. 고향 주민들의 정치적 성향을 잘 알기에 촛불집회에서 연설할 때의 소회도 남달랐을 것이다. 박 의원의 대구촛불문화제 연설문을 보면, 대구 시민들이 귀담아 들어야 할 대목이 많다.
다음은 박 의원의 연설문 전문이다.
사랑하는대구시민 여러분!
그리고 오늘 함께해 주신 대구의 촛불시민 여러분! 반갑습니다!
대구사람! 조국혁신당 국회의원 박은정입니다!
오늘은 저에게도 특별한 날입니다.
제가 자란 이곳, 대구에서, 내란 수괴 윤석열의 파면을 바라보는 지금, 촛불을 가슴에 품은 여러분과 함께 하고 있다는 사실에 너무나도 행복합니다.
그래서 국회의원 뱃지를 달고 가장 벅찬 순간은 바로, 대구의 촛불시민 여러분과 같은 곳을 바라보며 연단에 선 지금 이 순간일 것입니다 여러분!
우리 대구가 어떤 곳입니까 여러분. 예로부터 독립운동과 민주화운동의 정신이 살아 숨 쉬는 충절과 정의의 도시 아닙니까? 지금 우리가 모여있는 동성로 주변만 보더라도, 이승만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2.28 대구민주화운동 기념공원이 있고, 일제의 침탈 야욕을 꺾은 국채보상운동 기념공원이 떡하니 버티고 있지 않습니까.
여러분, 이런 자랑스러운 대구의 역사와 전통에 먹칠을 하고 있는 단 하나의 세력이 있습니다. 내란을 내란이라 부르지 못하고 수괴를 수괴라 부르지 못하는 정당. 특히 이곳의 국회의원들은 우리 민주화와 독립운동의 성지 대구의 대표라고 감히 입에나 올릴 자격이나 있습니까?
12.3 내란의 밤, 하마터면 불법 계엄을 진압하지 못할 수 있었습니다. 시민들이 국회로 달려와 계엄군의 총부리를 막아설 때, 달성군의 국회의원 추경호는 뭘 했습니까? 대구의 국회의원 12명 중에 단 한 사람(북구갑 우재준, 친한계)만 계엄 해제 의결에 찬성하지 않았습니까? 내란 수괴 탄핵에 동참한 대구 국회의원이 있었던가요?
탄핵이 기각되거나 각하될 것이라는 아무말 대잔치 홍준표는 어떻습니까?
침묵과 거짓으로 내란에 동조한 세력들이 꿈꿨던 세상은 윤석열의 계엄 포고령 첫 줄만 봐도 그 답이 명확하게 나옵니다.
계엄사령부 포고령 제1호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
헌법이 정한 정치 활동과 정당 활동의 자유를 억압하고(8조),모든 국민에게 보장된 언론ㆍ출판의 자유, 집회ㆍ결사의 자유(21조)를 침탈하는 반헌법 계엄의 난리통 속에서도 아무런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내란 동조 세력이 우리 대구시민들의 대표가 맞습니까? 이들을 단죄하고 심판하는 것이 대구의 정신이고 정의 아니겠습니까 여러분?
저는 이번 탄핵심판에서 탄핵소추단으로 활동하고 있는데요. 시간이 갈수록 수인번호 0010의 호수에 빠진 달그림자 같은 궤변도 이제 그 끝이 보입니다.
여러분, 제가 확실하게 말씀드리는데, 야당 의원들이 박수 쳐 주지 않자 삐져서 계엄했다는 그 사람은 3월 초에 자연인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기다리고 있는 바로 그 판결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반드시 함께 들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바로 여기에 계신 대구의 촛불시민이 있었기에 내란을 막아냈고, 내란 수괴 윤석열의 탄핵도 그 끝을 바라볼 수 있게 됐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국민을 막아선 총칼과 장갑차에 맞서서, 우리 이웃들을 밝혀줄 수 있는 응원봉을 들었고, 이곳 대구와 전 세계에 자랑스러운 민주공화국의 시민임을 알렸습니다. 우리는 위로의 박수와 포옹을 받을 자격이 이미 충분하지 않습니까 여러분?
대구시민 여러분!
처음 했던 약속대로 우리가 승리하는 그날, 마지막 순간까지 저도 함께하겠습니다. 무도하고 무능한데, 시민들의 뜻마저 왜곡하는 대구의 선출직 공직자들을 대신해서, 대구에서 자란 대구 출신 저 박은정이 끝까지 제대로 하겠다고 약속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