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 체크 - "권한대행은 헌재 재판관 임명 못한다"는 권성동 주장
●현 상황
헌법과 법률에 따르면 헌법재판소 재판관은 헌법에 따라 대법원장과 대통령, 국회가 3명씩 지명하고 모두 대통령이 임명하는데, 정원 9명 가운데 3명이 공석이다. 이들 3명은 모두 국회 추천 몫이다.
더불어민주당은 12월 4일 정계선 서울서부지방법원장과 마은혁 서울서부지법 부장판사를 헌법재판관 후보로 추천했고, 국민의힘은 12월 6일 조한창 변호사를 여당 몫 헌법재판관 후보로 추천했다.
●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헌법재판관 임명' 관련 12월17일 주장 요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 탄핵 결정 전까지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없다. 대통령 권한대행은 대통령 궐위 시에는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지만 대통령 직무 정지 시에는 임명할 수 없다고 봐야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민주당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권 행사는 민주주의의 훼손이라고 비판한 바가 있다. 지금 민주당의 헌법재판관 임명 속도전은 과거 민주당의 주장과 180도 달라진 것이다."
● 권성동 원내대표 2017년 '박근혜 탄핵' 때 발언
권 원내대표는 2017년 박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으로서 국회 탄핵소추 위원장을 맡았었다. 당시 권 원내대표는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이정미 헌법재판관 후임을 대법원장이 지명하고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명하는 절차를 지금부터 밟아야 한다”며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헌법재판관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은 형식적인 임명권”이라고 말한 바 있다. (동아일보)
● 2017년 황교안 권한대행의 헌재 재판관 임명 때 상황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이 진행되는 동안 당시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의 임기가 만료됐다. 헌법재판소장 임명은 대통령 권한이다. 황 권한대행은 남은 재판관이 8명인 상황에서 소장 임명은 탄핵심판에서 복귀하거나 새로 취임한 대통령이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여겨 권한을 대행하지 않았다.
반면 대법원장 추천 몫인 이정미 재판관의 후임으로 이선애 재판관을 임명하는 권한은 대행했다. 임명이 탄핵 결정 뒤인 ‘궐위’ 시에 이뤄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당시 양승태 대법원장은 탄핵심판이 진행 중임을 고려해 후보자 추천을 미루다가 이정미 재판관 퇴임 7일 전, 탄핵 결정 4일 전에 비로소 추천했다. 임명은 인사청문회 등 절차 진행상 ‘직무정지’ 시에는 시간적으로 불가능했다. (동아일보)
● 헌법상 권한대행의 '권한 범위' 조항
헌법 71조는 ‘대통령이 궐위(闕位)되거나 사고로 인하여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국무총리, 법률이 정한 국무위원의 순서로 그 권한을 대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때 ‘권한의 범위’에 대해서는 명확한 규정이 없다.
● 권성동 주장에 대한 헌법전문가들의 견해
헌법 전문가들은 “국회가 추천하는 헌법재판관 3명을 임명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국회 몫 3명에 대해 대통령 권한대행이 왈가왈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어디까지나 국회 권한인 만큼 권한대행의 임명절차는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이들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권 원내대표의 주장을 따를 경우 도리어 '탄핵' 사유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 분석)
헌법학자들 사이에선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회가 추천한 헌재 재판관 3명을 임명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의견이 많다. 대통령 추천 몫이 아닌 국회나 대법원장이 지명한 헌재 재판관을 권한대행이 임명하는 것은 ‘실질적 임명권’이 아닌 ‘형식적 재가’에 불가하기 때문에 한 권한대행이 재판관을 임명하는 데는 법적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탄핵안이 헌재에서 인용되기 전까지는 대통령 권한대행의 재판관 임명은 불가능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헌법학자들은 “대통령의 파면 여부는 권한대행의 권한 범위와는 관계가 없다”고 반박했다.(동아일보 분석)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대통령 추천 몫이라면 권한대행이 임명하기는 힘들지만, 국회에서 추천한 재판관은 대통령이 형식적으로 임명하는 것이다. 권한대행이 임명해도 된다” (한국일보)
“대통령이 지명하는 재판관이라면 (대행의 임명이)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국회나 대법원장 몫에 대해서는 임명할 수 있다고 보는 게 헌법학계의 일반적 견해” (세계일보)
▲ 노희범 변호사(전 헌법재판소 연구관)
“형식적인 임명 절차에 불과한 대통령 임명권을 두고 엉뚱하게 궐위니 직무정지니 따질 이유는 없다, 박 전 대통령 탄핵 때는 헌법재판관이 9명이었다가 1명이 공석이 된 상황이었고, 탄핵 심판 변론도 종결될 즈음이었다. 결론을 내릴 시점에 청문회를 거쳐 새로운 재판관을 임명하면 탄핵 심판이 장기화될 우려가 있었다. 지금의 경우는 6인 체제를 정상화해 헌재가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국일보)
“당시엔 이미 헌재 재판관 8명이 있어 헌재 기능에 문제가 없었고,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 심리도 거의 마무리 단계였다. 지금과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 (동아일보)
"국회와 대법원장 추천 재판관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은 형식적이고 요식 행위에 불과하다. 통상적이고 현상유지적인 직무로 볼 수 있다”(세계일보)
▲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대통령 지명 몫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이지만 국회 추천은 국회 동의를 받아서 임명하는 것이다. 국회가 선출한 헌법재판관을 권한대행이 임명을 거부할 하등의 이유는 없다. 여기에 다른 해석이 있을 수 없다”. (한국일보)
● 권성동 주장에 대한 헌법재판소 입장
이진 헌재 공보관은 17일 브리핑에서 관련 질의가 나오자 “예전에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명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헌재가 밝힌 전례는 이선애 전 헌재 재판관이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권한대행을 맡았던 황교안 전 국무총리는 대통령이 지명해야 하는 후임 헌재 소장은 임명하지 않았지만, 대법원장 지명 몫인 이 전 재판관은 임명한 바 있다.
김정원 헌재 사무처장도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관련 질의에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재 재판관에 대한 임명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저희는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 권성동 주장에 대한 헌법재판관 후보 3명의 입장(17일 국회 헌법재판관 인사청문특별위원회 민주당 간사로 내정된 김한규 의원이 받은 서면 답변서)
▲ 조한창 후보(국민의힘 추천)
“헌법 제111조 3항은 재판관 중 3인은 국회에서 선출하는 자를 임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국회에서 특정한 사람을 헌법재판관으로 선출했다면 대통령 또는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명하는 것이 헌법 조항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생각한다”. 헌법상 실질적인 임명 권한이 국회에 있다는 의미로 해석.
▲ 마은혁 후보(민주당 추천)
“국회가 헌법재판관 중 3인을 선출하도록 한 것은 삼권분립 원칙에 따라 입법부가 행정부, 사법부와 헌법재판관 구성에서 균등한 권한을 행사하도록 한 것이다."
▲ 정계선 후보(민주당 추천)
"헌법 제111조 3항에 따라 실질적인 임명권한은 국회에 있다. 대통령의 자의적인 임명권 불행사로 인해 재판관 공석이 생긴다면 국민 개개인의 주관적 권리보호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헌법재판의 객관적 성격의 측면에서도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므로 위헌의 소지가 있다는 견해도 있다”
● 권성동 주장에 대한 전국 종합일간지 사설은(총 9개 중 7개가 명확한 비판)
[사설]“대행은 헌법재판관 임명 못해”… 참 구차하고 가당찮은 몽니(동아)
[사설]윤 대통령 탄핵심판, 9인 헌재가 하는 게 옳다 (한국)
[사설] 헌재 9인 완전체 막는 ‘도로 친윤당’, 민심 철퇴 두렵지 않나 (경향)
[사설] 尹 탄핵, 韓 대행이 재판관 임명해 ‘9인 체제’로 결론 내려야 (세계)
[사설] 與 헌법재판관 임명 ‘몽니’도 볼썽사납다 (서울)
[사설] 국민의힘의 尹 탄핵 재판 지연 작전 (조선)
[사설] "재판관 임명 불가" 궤변, 탄핵심판까지 방해하는 국힘(한겨레)
● 권성동 주장에 대한 의견 종합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대통령 궐위(탄핵심판에 따른 파면) 시에는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지만 대통령 직무 정지 시(탄핵심판 결론이 나기 전)에는 임명할 수 없다고 봐야 한다"는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주장은 '궐위시'와 '사고시'에 관계 없이 권한대행이 임명할 수 있다고 돼 있는 헌법과 법률을 자의적으로 해석한 견해이다.
특히 대통령 추천몫과 국회 추천 몫, 대법원장 추천 몫을 각 3명씩으로 두고 있는 헌법의 취지를 이해못하고 국회의원 몫인 3명에 대해서도 권한대행이 임명권을 행사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억지 논리로 볼 수 있다.
더구나 권 원내대표는 2017년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헌법재판관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은 형식적인 임명권이다. 이정미 헌법재판관 후임을 대법원장이 지명하고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명하는 절차를 지금부터 밟아야 한다 ” 이라고 했던 자신의 발언을 되돌아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