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행의 '원죄' 와 처신
비겁한 책임회피인가, 전략적 선택인가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 권한·명분 없어
헌법재판관 후보 3인의 임명동의안이 오늘(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예정인 가운데,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국무총리)이 곧바로 임명할 것인지 여부가 최대 관심사입니다. 또 민주당이 요구한 내란상설특검 후보 추천 의뢰, 내란 일반특검법 및 김건희특검법 공포를 한 대행이 언제쯤 할 것인가에 관심이 쏠립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앞서 이들 사안 결정의 데드라인을 26일로 정한 바 있습니다.
민주당의 방침은 변했을까요?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26일 오후 본회의에서 헌법재판관 3인 임명안을 통과시키고, 한 대행의 탄핵 여부는 27일 오전까지 지켜본 뒤 결정할 것"이라며 "(한 대행이 27일 오전까지 임명하지 않으면) 바로 탄핵안을 발의해 27일 오후 2시 본회의에 보고하고, 이튿날(28일) 본회의를 또 열어 탄핵안을 처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데드라인이 26일에서 27일 오전으로 조금 늦춰진 것으로 보입니다.
한 대행의 입장 변화는 있을까요. 한 대행이 지난 24일 국무회의에서 "법리해석과 정치적 견해가 충돌하는 현안을 현명하게 처리하기 위해, 여야가 타협안을 협상해달라"고 요청한 것 말고는 별다른 공식 입장이 없는 상태입니다. 이 발언은 여론의 뭇매를 맞았습니다. 헌법재판관 후보 3인은 여야 합의로 추천된 인사들인데, 또다시 여야 합의를 요구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질타인 것입니다. 비겁한 책임회피성 발언인지, 능구렁이가 담을 천천히 넘는 듯한 전략적 발언인지 한 대행의 속내를 알기는 어렵습니다.
총리실 쪽의 코멘트는 나왔습니다. 총리실 관계자는 조선일보와의 접촉에서 "한 대행이 내란·김건희 특검법안에 대해 공포 또는 재의 요구를 결정해야 할 시한은 내달 1일까지"라며 "특정 정당이 법적 근거 없이 일방적으로 설정한 시한에 맞춰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법적행위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또 헌법재판관 3인 임명 문제와 내란상설특검 후보 추천 의뢰와 관련해서도 한 대행은 헌법과 법률을 검토하는 데 다소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알려졌다는 것입니다. 다만, 정부에서는 "여야가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에 한 대행이 독자적인 결정을 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조선일보는 전합니다.
한 대행이 고심 중인 것은 알겠지만, 새로운 진전 소식에 목말라 매일 뉴스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국민들 입장에서는 답답하기 그지 없는 상황입니다.
내란 ·김건희 일반특검법의 경우 내년 1월1일까지 시간이 있다고 하더라도, 헌법재판관 임명은 임명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한 즉시 이뤄지는 것이 관례였습니다. 더구나 헌법재판소마저도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다고 유권해석으르 내린 상황에서 한 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하거나 지체할 명분은 없는 것입니다.
내란공조 세력이라는 지탄을 받고 있는 국민의힘은 아직도 정신을 못차리고 있는 듯합니다. 국민의 고통이야 얼마나 심해지든 말든, 나라가 얼마나 위태로워지든 말든 당리당략만 취하는 모양새입니다. 국민의힘은 "국회에서 임명동의안이 통과되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여당이 불참한 인사청문회에서 청문보고서를 채택한 박지원 청문위원장의 권한, 26일 임명동의안 가결을 선포할 우원식 국회의장의 권한 등이 적법하게 행사됐는지를 따지겠다는 것입니다. 이는 헌법재판관 완전체(9인 체제) 구축을 최대한 지연시키려는 시간끌기 전략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한 대행이 탄핵될 경우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한 대행의 권한을 대행하게 됩니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집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한 권한대행이 그런 상황까지 내몰리지 않기를 바랍니다.
한 대행은 좌고우면하지 말고 국민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그것이 비상 계엄선포 당일 국무회의를 소집한 당사자로서 비상계엄을 막지 못한 '원죄'를 조금이라도 용서받는 길이기도 합니다.
*오늘 중앙일보와 조선일보의 보도를 인용한 것은 이들 신문이 구체적인 코멘트를 보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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