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 여론전이 먹혀드는 서글픈 현실
윤석열 대통령 변호인단과 윤 대통령 소속 정당인 국민의힘이 거짓말과 허위 주장을 바탕으로 펼쳐온 여론전이 먹혀들고 있는 듯하다. 국민의힘 지지율이 계엄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는 여론조사가 나온 것은 이를 방증한다. 위헌 위법한 계엄선포 이후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이탈했다가 다시 되돌아간 것으로 여론조사에 반영된 사람들은, 윤 대통령 측과 국민의힘의 '말도 안되는' 여론전에 휘둘렸다고 보여지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유권자들이 정치인들로부터 '개·돼지' 취급을 받게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윤 대통령 측과 국민의힘이 펼치는 여론전은 거짓말과 허위 주장, 진실 호도 등에 기반을 둔 것이 많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은 10일 성명을 내고 “현직 대통령에 대한 불법 체포를 통해 헌정질서를 무너뜨리려 하는 것이 진정 내란”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외신기자 간담회에선 “현직 대통령을 장갑차와 헬기를 동원해 보여주기 체포를 하는 건 내전으로 갈 수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또 위헌 위법한 계엄선포에 대해 “평화적 계엄"이었다고 강변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10일 "대통령을 다른 곳도 아닌 관저에서 수갑을 채워서 끌고 가겠다는 이야기는 국격을 엄청나게 떨어뜨리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헌정질서를 파괴하고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 대통령에 대해 법원이 적법하게 발부한 체포영장을 집행하는 것이 과연 '헌정질서를 무너뜨리는' 일이며, '국격을 떨어뜨리는' 일인가. 또 법치주의에 따른 공권력 행사에 대해 무력으로 대항하는 '내전'을 벌이겠다는 것이 가당키나 한 일인가.
특히, 계엄 과정에서 실탄 5만7000여 발을 준비한 것으로 확인됐는데도 ‘평화적 계엄’이었다는 주장은 후안무치한 여론전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10일 국회에서 "발부된 영장이 집행되지 않는다는 사실 자체도 국격에 손상이 가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법원에서 적법하게 발부한 영장 집행에 협조하는 게 국민의 의무이다" "정당한 이유 없이 거기에 저항하는 것은 공무집행방해 등 범죄를 구성할 수도 있다."고 한 말은 귀에 들어오지 않는가.
윤 대통령 측이 헌법 전문가들의 일관적인 해석과 정반대되는 허위 주장을 반복하는 이유는 '여론전 효과'를 믿기 때문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 측근 석동현 변호사는 지난 2일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 집회 단상에 올라 "여러분 큰 힘이 필요합니다. 그것은 바로 여론전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원이나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이나, 불법 수사 불법 탄핵을 막아야 된다는 여론이 앞서면 우리가 이깁니다"라고 했다.
거짓말이든, 허위 주장이든 계속 여론전을 펼치면 자신들이 원하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힘 상당수 의원들은 국회 탄핵소추단이 탄핵사유에서 '형법상 내란죄' 적용을 제외한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서도 '탄핵사유에서 내란죄를 완전히 들어내는 것'이라는 취지로 국민을 호도해왔다. 내란 혐의를 헌법 위배로 다루되 '형법상 내란죄'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것이 진실인데도 말이다. 국민의힘의 주장에 일부 보수 언론이 편을 드는 척하면서 상당수 국민은 여기에 휘둘린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또 법원이 공수처가 청구한 윤 대통령 체포영장 및 수색영장을 법원이 적법하게 발부했는데도, 공수처가 수사권이 없다느니 영장청구 권한이 없다느니, 관할구역이 아닌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했다느니 하는 허위 주장을 계속해왔다. 이 같은 주장 역시 상당수 국민들에게 먹혀든 것으로 보인다.
허위 주장을 하더라도 여론전이 먹힌다는것을 윤 대통령 측은 오래 전부터 알았던 모양이다. 한두번 해본 솜씨가 아는 듯하다.
그런 여론전은 전방위적으로 펼쳐진 게 사실이다. 윤 대통령이 한남동 관저 앞 집회에 참석한 지지자들에게 보낸 편지, 변호인단의 성명과 기자회견, 국민의힘 일부 의원의 서신,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옥중 서신, 극우 유투버들이 생중계 하는 탄핵반대 집회 등을 통해서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 격차가 12·3 비상계엄 선포 이전으로 돌아갔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10일 한국갤럽이 7∼9일 전국 성인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34%로 직전 조사인 12월 셋째 주(24%)보다 10%포인트 올랐다. 민주당 지지율은 36%로 같은 기간 대비 12%포인트 하락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 지지율 격차는 2%포인트로 오차범위 내였다. 계엄 전인 11월 넷째 주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은 32%, 민주당 지지율은 33%로 양당 간 격차는 1%포인트였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64%로 탄핵 직전인 12월 둘째 주 조사(75%)보다 11%포인트 하락했다. 정치 성향별로는 중도층 내 찬성이 83%에서 70%로 13%포인트 하락했고, 보수층 내 탄핵 찬성률도 46%에서 33%로 줄었다.
나는 국민의힘 지지율이 계엄 선포 이전으로 돌아갔고,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찬성비율이 낮아진 데는 무엇보다도 이런 여론전이 효과를 발휘했다고 본다. 이를 뒤집어 보면, 윤 대통령 측과 국민의힘은 유권자를 '얼마든지 속일 수 있는 대상'으로 보고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 그래서 국민을 '개·돼지' 로 본다는 말이 나오는 것은 아닐까.
유권자들의 진지한 성찰도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