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제목들 '진실 호도' 유감
국내 일간 신문 중 최대 발행부수를 자랑한다는 조선일보가 윤 대통령의 위헌 위법적인 비상계엄 선포 이후 보여준 보도 태도를 요즘 유심히 보고 있다.
원로 언론인 단체인 '언론탄압 저지와 언론개혁을 위한 비상시국회의'(이하 '언론비상시국회의')가 지난 7일 '‘언론계의 내란 수괴’ <조선일보>도 탄핵 대상이다' 란 제목의 성명을 낸 뒤 자연스럽게 그리 되는 것같다.
대통령으로서의 자질과 능력, 인품을 갖추지 못한 윤석열 전 검사를 대통령으로 만드는 데 크게 기여한 것은 조선일보의 선택이었다고 치자.
그러나 조선일보가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고 있는 윤 대통령과 그의 변호인들, '내란 동조 정당'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국민의힘을 두둔하는 기사를 자주 쓰는 것은 조선일보의 사시인 '정의 옹호(正義擁護)' ' 불편부당( 不偏不黨)'과 배치된다고 본다. 사실상 불의(不義)를 옹호하는 편파적인 기사들이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진실을 호도하는 기사를 쓰는 데 이어 진실을 호도하는 제목을 너무나 상습적으로 붙이는 것은 죄악이다.
오늘은 진실을 호도하는 제목들을 보고자 한다.
조선일보는 그동안 '윤 대통령 탄핵 사유에서 내란죄를 완전히 들어낸 것이 아니고, 형법상 내란죄 적용을 하지 않는다'는 국회 탄핵소추단의 주장을 사실상 인정을 하지 않는 기사를 계속 써왔다. 윤 대통령 측 변호인과 국민의힘의 말도 안되는 주장을 계속 두둔한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다음과 같은 제목의 기사를 썼다. 12일 오후 3시12분에 조선일보 모바일에 뜬 기사이다.
국회 탄핵소추단이 박근혜 전 대통령 때도 '형법 위반' 부분을 다루지 않았다는 것을 강조한 데 대해 반박 차원에서 쓴 기사로 보인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때는 헌법재판소가 '형법 위반'을 판단했다는 내용의 제목을 달았다.
그런데 기사 어디에도 노무현 대통령이 형법 위반으로 탄핵심판을 받았다는 내용은 없다. 노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사유는 공직선거법 위반이었다. 그런데도 제목은 '형법 위반'으로 진실을 호도했다. 안동완 검사의 탄핵심판 사유인 형법 위반을 노 전 대통령에게 갖다 붙인 것이다.
다음은 기사 원문이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 헌법재판소가 윤 대통령의 형법상 내란죄를 판단할지를 두고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헌재는 앞선 다른 탄핵 심판에서는 형사 범죄가 성립하는지를 판단하기도, 그렇지 않았을 때도 있었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 노 전 대통령에게 공직선거법상 부정선거운동죄를 적용할 수 있는지를 심리해 결론에 넣었다.
당시 국회는 노 전 대통령이 총선을 앞둔 그해 2월 24일 기자회견에서 “국민들이 열린우리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해 공직선거법 60조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헌재는 “피청구인(노 전 대통령)의 발언이 비록 열린우리당에 대한 지지를 국민에게 호소한 것에 해당해도, 특정 후보자를 당선 또는 낙선시킬 의도로 능동적·계획적으로 선거운동을 한 것으로는 보기 어렵다”며 죄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헌재는 2023년 9월 국회가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과 관련해 탄핵소추안을 가결했던 안동완 검사의 탄핵심판에서도 안 검사에게 형법상 직권남용죄가 있는지 판단했다. 국회는 안 검사가 공소권을 남용해 형법상 직권남용, 검찰청법·국가공무원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헌법재판관 3명은 안 검사가 법률을 어긴 것이 없다고 본 반면, 4명은 안 검사에게 직권남용 혐의가 있다는 의견이었다. 2명은 검찰청법과 국가공무원법 위반에는 해당하지만 직권남용죄는 물을 수 없고 파면할 만큼 중대한 법률 위반도 아니라고 봤다. 결과적으로 헌재는 5대 4 의견으로 안 검사의 탄핵소추안을 작년 5월 기각했다.
반면 헌재는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작년 이정섭 검사의 탄핵심판 사건에서는 국회의 탄핵소추 사유에 포함됐던 뇌물죄나 감염병예방법 위반 등에 대해 판단하지 않았다.
헌재가 국회의 탄핵소추안에 담긴 형사 범죄에 대해 판단을 할 때도 있고 하지 않을 때도 있는 것은 헌법 재판이 직권주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직권주의는 법원이 소송에서 주도적 지위와 역할을 하는 구조를 말한다. 헌재는 헌법재판에서 ‘헌법질서 수호’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직권으로 증거를 수집·조사하는 역할을 한다. 국회가 주장하는 소추 사유에 어떤 법률을 적용하고 어떻게 평가할지는 헌재의 재량이라는 것이다.
1월 13일자 3면 기사 다음 제목을 보자. '우크라 지원·대북 확성기가 외환죄?...계엄만큼 위험한 발상"으로 돼 있다. 우크라이나 지원과 대북 확성기 가동으로 윤 대통령의 외환죄를 물을 수 있겠느냐는 의미로 읽힌다.
그런데 알맹이를 쏙 빼고 제목을 뽑았다.
외환죄 혐의의 핵심 내용은 비상계엄 선포 후 부각된 '무인기 평양 침투', '북한의 오물풍선 원점 타격 시도 의혹' 등이다. 또한 '해외 분쟁 지역 파병' 이 사유인데도 제목은 '우크라 지원'으로 윤색됐다.
독자들을 속이는 제목 뽑기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조선일보는 언제까지 이런 식으로 신문을 만들건가. '대통령 감'이 안되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는 데 크게 기여했고, 당선 이후에도 온갖 '윤비어천가'를 써가며 독자들의 판단을 흐리게 한 것도 모자라, 만천하에 드러난 윤 대통령 범죄에 물타기하는 기사를 계속 써야 하는가.
지금은 조선일보가 저지른 지난날의 과오에 대한 업보를 청산할 때다.
법정스님은 생전에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말로 지은 업(業)보다 글로 지은 업이 훨씬 크다'
법정스님의 말이 아마도 귀에 거슬릴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1920년부터 지켜왔다는 조선일보 사시를 다시 한번 되새겨보라. 정의옹호, 불편부당.
창간 정신을 내팽개친 기사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진지한 성찰이 필요해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