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김현태 특전사 707특임단장의 '말 바꾸기 논란'에 대한 기사가 많았다. 그 뉴스를 접하고 나는 잠시 '그가 스타일을 구겼구나' 고 생각 했다. 그 원인이 정치권의 압력 때문인지, 자신의 미래에 대한 걱정 때문인지, 기억의 변형 때문인지, 전략적인 진술 조정인지 나는 알지 못한다.
많은 언론은 김 단장이 '말 바꾸기'한 부분을 크게 3가지로 지적한다. ▲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뉘앙스의 지시를 들었다→그런 지시 없었다 ▲케이블 타이는 인원 포박용이다 → 문을 잠그는 용도다 ▲저격수가 현장에 있었다 → 저격수 배치 사실 부인
나는 이 3가지의 결이 다르다고 본다. 3가지 모두 말바꾸기에 해당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먼저,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뉘앙스의 지시를 들었다→그런 지시 없었다'의 경우를 보자.
김 단장은 이와 관련,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 내가 윤 대통령과 직접 통화한 당사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끌어내라”는 표현을 정확하게 듣지 못했다는 얘기일 뿐 그런 지시 자체를 부정한 건 아니다"고 해명했다. 자신이 지시를 직접 받지 못했다는 말만 강조돼 ‘당시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가 없었다’고 증언이 왜곡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 단장은 헌재에서 이런 지시를 직접 받지는 않았지만, “다른 부대원에게서 곽 전 사령관이 ‘국회의원을 끌어내라고 지시했다’는 사실은 전해 들었다”고 밝힌 바 있다.
김 단장의 이 해명이 사실이기를 바란다. 그러나 헌재에 증인으로 나와 한 발언들은 과거와 확연히 달랐다는 지적이 나온다. '표현이 미숙했다'고 이해해 주기에는 너무나 중대한 사안이다.
두번째, ' 케이블 타이는 인원 포박용이다 → 문을 잠그는 용도다'를 보자.
'문을 잠그는 용도'였다는 얘기는 애초부터 하지 말았어야 했다. 구차한 변명과 억지 주장으로 느껴졌다.
특임단 부대원들이 평소에도 테러범을 체포하기 위한 용도로 케이블타이를 휴대하고 다니는 것이 사실이라면 "평상시 휴대하고 다니는 장비다. 안 가지고 다니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것 아닌가"라고 솔직히 말했으면 어땠을까. 매우 아쉬운 부분이다.
세번째, ' 저격수가 현장에 있었다 → 저격수 배치 사실 부인'을 보자.
평상시 저격수는 부대원의 일원으로 배속돼 있기 때문에 저격수를 따로 배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본다. 저격수가 저격용 총을 소지했으나 실탄을 갖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김 단장이 말을 바꿨다고 보기 어렵다는 뜻이다. 다만, 김 단장이 오해를 사지 않도록 그렇게 잘 설명했어야 된다고 본다.
당초 김 단장이 지난해 12월 9일 용산 전쟁기념관 앞에서 자청해 긴급 기자회견을 할 때는 '잘못을 깨닫고 책임질 줄 아는 지휘관'이라는 인상을 주었다.
그러나 이후 그의 말이 조금씩 달라진 것은 사실인 듯하다. '말바꾸기 논란'까지 불거진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부대원들에게 국회의사당으로 출동하라고 지시한 것, 국회의사당에 난입한 197명의 현장 지휘관도, 헬기를 타고 가장 먼저 국회에 도착한 것도, 건물을 봉쇄하라고 지시한 것도 저입니다.
“후문과 정문에서 몸싸움을 지시한 것도 저이고 창문을 깨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라고 지시한 것, 건물 내에서 두 차례에 걸쳐 진입 시도를 지시한 것도 저입니다."
"국민 여러분, 부대원들을 용서해 주십시오. 707 부대원들이 행한 모든 잘못을 지휘관인 제가 모두 지고 가겠습니다. 어떠한 법적인 책임이 따르더라도 모두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민주주의 법치주의 국가의 군인으로서 잘못에 대한 모든 책임을 다하고 스스로 죄를 물어 사랑하는 군을 떠날 것입니다."
"계엄상황에서 국회활동이 보장돼야 한다는 것은 잘 몰랐습니다."
"제가 아는 범위에서 사령관과 그 이하 모든 사람들은 김용현 전 장관에게 이용당한 것입니다. (김 전 장관이) 많이 원망스럽습니다."
돌이켜 보면, 김 단장이 12·3비상계엄 직후 부대원들과 함께 국회 본관 유리창을 깨고 진입했고, 5분여 짧은 시간이나마 지하 1층의 전원을 차단한 것은 팩트이다. 또 텔레그램 단체대화방을 통해 국회의원들의 국회 본회의장 진입을 차단하라고 명시적으로 지시했다는 것도 팩트다. 따라서 헌법기관인 국회의 권능을 무력화하기 위한 행동(내란죄)에 투입된 것은 분명하다.
다만,
김 단장과 707부대원들이 위헌·위법한 명령을 내린 국군통수권자와 전 국방장관에게 이용당한 점,
항명 또는 불복종을 했더라면 더욱 좋았겠지만 그나마 소극적인 임무 수행을 한 점은 어느 정도 고려될 수 있을 것이다.
김 단장에게 충고하고 싶은 게 있다.
앞으로 증언을 할 때나 형사재판에 출석해 발언할 때는, 지난해 12월 9일 기자회견 때 가졌던 '초심'을 유지하시기 바란다.
그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법치 국가의 군인으로서 잘못에 대한 모든 책임을 다하고 스스로 죄를 물어 사랑하는 군을 떠날 것'이라는 애초의 각오이다.
또 '707부대원들은 위헌·위법한 명령을 내린 명령권자에게 이용당했다'는 인식은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래야 영문도 모르고 선봉 병력으로 국회에 투입된 707부대원들의 억울함이 다소 풀릴 여지가 있다.
앞으로 구차한 변명으로 비쳐지는 발언은 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것이 스타일을 구기지 않고 '정상 참작'을 받을 수 있는 길이라 생각된다.
한편, 김 단장은 21일 변호인을 통해 입장문을 내고 "현재 파키스탄 지휘참모대학에 지원해둔 상태"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사건(12·3비상계엄)으로 제가 군 생활을 조금 더 하게 되더라도 진급과는 무관한 한직으로 가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국내에서 보직을 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좀 떠나있자고 생각으로 해외 파견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신이 6월 이후에 갈 수 있는 파병부대장을 보니 남수단 한 곳 남아있어 지원했지만, 육군본부 실무자에게서 "현재 피의자 신분이셔서 후보에서 뺐습니다"라는 말을 들었고, 이후 육군본부로부터 파키스탄 지휘참모대학에 지원해보라는 연락이 와 신청하게 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