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전문] 국회 측 이금규 변호사 최종 변론..."아들이 계엄군? 끔찍"

J.J.(제이제이) 2025. 2. 26.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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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탄핵심판 국회 측 대리인단의 일원인 이금규 변호사. 사진 출처 : 오마이뉴스

 
 
 
25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마지막 변론에서 국회 측 이금규 변호사의 최종 변론도 눈길을 끌었다.
이 변호사는 작년 12월 3일 비상계엄 때 군 복무 중인 아들이 계엄군이 된 상황이 떠올라 끔찍했다고 했다. 그런 상황을 막기 위해 두려움을 안고 국회 앞으로 달려갔다고도 했다.
 
다음은 이 변호사의 최종 변론 전문이다.
 

저는 청구인이 자신의 탄핵 사건에서 보여준 태도와 거짓말에 대해서 몇 가지 생각을 말씀드리겠습니다.

 

경호처와 공수처의 대치와 국민들의 철야 농성에도 관저에 숨어 있다가 계엄 43일 만에 체포되자 그제서야 제3차 변론기일에 직접 나왔는데, 그 첫 일성부터가 거짓말이자 위선이었습니다.

 

피청구인은 "저는 철들고 난 이후로, 특히 공직생활을 하면서 자유민주주의라는 신념 하나를 확고히 가지고 살아온 사람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자 비상 계엄을 선포한다고 무섭게 말했던 사람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았고,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지만 또다시 절망을 느꼈습니다.

 

다만, 비상계엄을 전가의 보도처럼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이 심판 청구는 결국 인용이 되고 말 것이라는 확신이 드는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그날 재판관님께서는 두 개의 질문을 하셨는데, 첫 번째는 비상 입법기구 예산을 지시했는가였고, 두 번째는 수방사령관과 특전사령관에게 국회의원을 끌어내라고 지시했는가였습니다.

 

기재부 장관에게 쪽지를 준 적이 있는지 이런 간단한 질문에도 피청구인은 "준 적도 본 적도 없다"고 하면서도, 국방부 장관에게 자신의 책임을 떠넘기는 변명을 장황하게 늘어놓았습니다. 사령관들에게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한 적이 있느냐는 두 번째 질문에는 "없습니다"라고 변명 없이 간결하게 답변하는 모습이 오히려 구차해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처음으로 출석해서 했던 첫 일성부터가 거짓말이라는 것은 누구라도 팩트 체크가 가능할 정도입니다.

최상목 부총리의 말은 물론이고 조태열 외교부 장관의 진술만으로도 A4 문건을 직접 나눠준 사실이 드러났고, 사령관은 물론 수많은 군인들의 증언을 통해서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한 사실 또한 명백히 인정됩니다.

 

피청구인 때문에 내란의 공범이 되어 구속된 어떤 군인은 자신의 일생이 송두리째 무너지게 된 상황에서도 자신의 명령에 따랐던 부하들에게 만큼은 화가 미치지 않게 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는 것과는 너무나도 다르게 거짓말로 자신의 죄를 감추려 하고 자신이 망쳐놓은 군인과 부하들에게 자기의 죄마저 뒤집어 씌우는 모습을 보고 또 한번 실망을 금할 수가 없었습니다.

 

피청구인이 구치소에서 재판소로 출석하는 날에는 수백 수천의 경찰관들이 동원이 되고 국민들은 이쪽과 저쪽으로 편이 갈려서 나라가 쪼개질 것만 같고, 저 같은 일개 소생조차도 나라 꼴이 걱정이 되는 판인데, 피청구인은 걱정도 안 되는지 재판소에 와서도 심판정에는 들어오지도 않거나 재판이 시작하기도 전에 다시 돌아가 버리는 것을 보면서, 이 나라 공무원들의 노고는 안중에도 없고 국민들의 시선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도 지켜봐야만 했습니다.

 

피청구인은 대통령 취임식에서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합니다"라고 했지만 어쩌면 그 선서부터가 거짓이고 위선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대통령으로서 국민 앞에서 직무상 거짓말을 하지 않고 진실해야 하는 것은 단순한 도덕적 요청이 아니라 헌법적 요구이자 법적인 의무인 것입니다.

미국 제37대 대통령 닉슨은 단지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탄핵 위기에 놓였고, 결국 대통령직에서 사임해야만 했습니다.

 

피청구인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거짓말을 하는 것도 모자라서, 그날의 진실을 고백하고 처벌을 감수한 군인들과 부하들을 거짓말쟁이로 몰고 탄핵과 내란을 공작하고 있다고 공격하였습니다.
그래서 이 사건은 마치 진실 게임 같은 것이 돼버렸습니다.

 

피청구인이 한 거짓말 때문에 온 국민이 듣기 평가를 받아야 했던 적도 있고, 심지어는 출근 행렬도 거짓이라는 의혹도 있습니다만, 그것이 탄핵 사유는 아니므로 논외로 하겠습니다.

 

그렇지만 이 재판은 피청구인의 말과 언어가 처음으로 진실했는지, 아니면 거짓이었는지가 공식적으로 확인되는 의미를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12월3일 그날 밤 저는 느닷없는 계엄에 우선은 놀랐고, 하필이면 지금 이때에 군에 가 있는 아들이 생각나서 "내 아들이 계엄군이 될 수도 있는 건가?"라는 생각에 두려웠습니다. 비상계엄 자체도 너무 무섭지만, 내 아이가 계엄군이 되는 것은 더더욱 끔찍한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국회로 달려갔고, 국회는 다행히 계엄 해제 안을 통과시켰습니다.

헌법이니 민주주의니 이런 생각을 하기보다는 그저 나와 내 아이들의 안전을 생각했고, 아버지로서 아들이 계엄군이 될 수도 있는 상황만큼은 막아야만 했기 때문에 헬리콥터 소리가 너무 크고, 총을 들고 있을지도 모르는 계엄군과 맞서는 것도 너무나 무서웠지만, 소심한 용기나마 짜내서 국회 앞으로 달려갔던 것입니다.

 

그날 밤 큰 비극이 일어나지 않은 것은 국민들이 무서움을 무릅쓰고 온몸으로 막았기 때문이지, 피청구인이 아무 일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 결코 아닙니다. 만약 막지 못했다면 우리 아이는 지금쯤 계엄군이 되어 있을지도 모르고, 포고령이 무서워서 처단 받을까 봐 무서워서 친구들과 카톡도 마음대로 하지 못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청구인 대리인이기에 앞서서 저 또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아들을 계엄군으로 만들려고 했던 피청구인에게 말할 수 없는 분노와 배신감을 느낍니다. 그리고 두려움을 느낍니다. 저는 아직 대통령의 신분인 피청구인 앞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는 지금도 솔직히 떨리고 무섭습니다.
주권자를 배신한 피청구인을 심판하는 이 공개된 법정에서조차도 두려운 것은 그가 아직 이 나라의 대통령이기 때문입니다.

 

존경하는 재판관님, 그날 국회가 해제안을 결의하고 다소 안도하는 심정으로 집에 가는 길에 여의도 공원에 낡은 비행기 한 대를 보았습니다. 8.15 해방 이후에도 김구 주석과 임시정부 요인들은 고국에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가 그해 겨울이 되어서야 일반인의 자격으로 이 비행기를 타고 당시 여의도 공항인 이곳에 내렸다고 합니다.

누군가는 부수고 무너뜨리고 팔아먹고, 반대로 누군가는 지키고 세우고 뺏기고 또 빼앗겨도 끝까지 되찾고자 하는 것, 그것이 과연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피청구인이 말한 자유민주주의 시민으로서의 자격증, 바로 주권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지금 부수고 무너뜨리고 빼앗는 자리에서 있을 것인가, 아니면 지키고 세우고 되찾는 자리에서 서있을 것인가를 생각하면서 변론을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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