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전문] 국회 측 이광범 변호사 최종 변론...우리 헌정사를 꿰뚫다

J.J.(제이제이) 2025. 2. 27.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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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탄핵심판 국회 측 대리인단의 일원인 이광범 변호사. 사진 출처 : 오마이TV 캡처

 
 
 
5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마지막 변론에서 최종 변론을 한 국회 측 대리인은 9명이다.
 이들 가운데 이광범 변호사가 가장 먼저 변론을 했다. 변론시간도 9명 중 가장 긴 22분에 달한다.
이 변호사는 우리 나라 현대사에서 헌정질서를 어지럽힌 전직 대통령들을 열거하고 그들이 왜 국민의 단죄를 받았는지를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서도 " 자신의 지시 한마디가 헌법이 되는 세상을 만들고자 했다. 국가를 사유화하고 대한민국 헌법 위에 군림하고자 했다"고 질타했다.
헌정사를 꿰뚫는 그의 최종 변론을 들어보자.
 
다음은 전문.
 

오늘 저희 청구인 측 대리인단은 재판장님께서 부여해 주신 두 시간의 최후 변론 시간 동안에 저를 포함하여 총 9명의 대리인이 각자의 주제를 가지고 변론할 예정입니다. 그럼 저부터 '피청구인에 대한 신속한 파면만이 답입니다'라는 내용으로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대한민국은 민주 공화국입니다. 민주 공화국은 국민 주권을 출발점으로 합니다. 그래서 헌법 제1조 1항은 '대한민국은 민주 공화국이다.', 제2항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선언하고 있습니다.

또한 민주 공화국은 대의 민주제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국민이 국가 의사를 직접 결정하지 않고 대표자를 선출하여 결정하게 하는 것입니다. 대의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서는 선거가 필수적입니다.

선거와 선출직 공무원의 임기제는 민주 공화국 국민이 공존하기 위한 최소한의 법칙입니다. 피청구인처럼 선거에 의해 선출된 사람 스스로가 선거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한다면 민주 공화국은 존립할 수 없습니다. 선거제를 전제로 하더라도 한 사람이나 특정 집단이 국가 권력을 오용하거나 남용하면 민주 공화국의 근본이 훼손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권력 분립이 필수적입니다. 입법, 사법, 행정의 삼권 분립은 기본이고 우리 헌법은 여기에서 더 나아가 헌법 재판소와 선거관리위원회까지 헌법 기관으로 두고 국가 권력의 분산과 상호 견제를 도모하고 있습니다. 세계 각국이 우리나라 헌법 재판소를 모델로 삼고 있고, 대한민국 헌법 재판소는 세계 헌법 재판소의 중심에 있습니다.
세계 각국이 우리나라 선거 관리를 부러워하고, 선거 관리 시스템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헌법 재판소와 선거관리위원회는 대한민국의 자랑거리입니다.

 

여러 차례 헌법 침탈이 있었지만,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임을 포기한 적이 결코 없습니다. 민주공화국의 위기마다 국민이 일어나 무너진 헌법 질서를 회복하고 지켜냈습니다.

 

이승만 대통령은 6.25 동란 와중인 1952년 폭력을 동원하고 국회의원들을 위협하여 발췌 개헌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간선제로는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없자 저지른 짓입니다. 1954년에는 3선 제한을 철폐하는 개헌을 4사5입이라는 황당한 계산법을 적용하여 통과시켰습니다. 이승만이 종신 독재의 야욕을 드러내자 민심은 등을 돌렸습니다.
그러자 이승만 정권은 1960년 그 유명한 3.15 부정 선거를 저지르고 맙니다.

 

박정희 대통령은 어떠했습니까? 4.19 혁명 후 민주주의 회복 과정에서 혼란을 빚자 5.16 군사 쿠데타로 정권을 잡았습니다. 1969년 대통령 3선 금지 규정을 폐지하는 헌법 개정을 했습니다.
1972년 비상 계엄을 선포하고 유신헌법을 만들었습니다. 통일주체국민회의를 설치하여 간선제로 대통령과 국회의원 정수의 3분의 1을 선출하도록 하였습니다. 대통령에게 국회 해산권을 부여했습니다.
국민은 저항하였고, 박정희 독재정권은 긴급 조치 남발로 연명하였습니다.

 

전두환 대통령은 12.12 군사 쿠데타로 정권을 잡았습니다. 친위 쿠데타입니다. 대통령 간선제는 유지되었고 국가보위입법회의가 만들어져 국회를 대체하기도 하였습니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대통령은 모두 전시 비상계엄이나 스스로 선포한 비상계엄 하에서 헌법 개정을 통해 독재의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그러나 영구 집권을 꿈꾸던 이들은 모두 비참한 최후를 맞이해야만 했습니다.

 

이승만은 4.19 혁명 후 미국으로 망명하였습니다. 국민으로부터 버림받은 초대 대통령은 하와이에서 쓸쓸하게 숨졌습니다. 박정희는 산업화의 업적을 뒤로하고 부하가 쏜 총탄에 맞아 비명횡사하였습니다. 전두환은 권좌에서 내려왔지만 반란 및 내란수괴죄로 법정에 서는 것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수많은 대한민국 국민이 역사의 고비마다 민주공화국 수호를 위하여 피 흘리고 목숨 바치고 옥살이를 마다하지 않은 결과입니다. 1960년 4.19 혁명, 1979년 부마민주항쟁, 1980년 5.18 광주 민주화운동, 1987년 6월 민주항쟁이 대표적입니다.

 

피청구인은 2024년 12월 3일 심야에 우리 대한민국 국민이 피와 목숨을 바쳐 지켜온 민주헌정 질서를 무참하게 짓밟았습니다. 1987년 헌법 개정 이후 대한민국 국민은 민주공화국의 이념과 원칙을 더욱 공고히 하여 왔습니다. 세계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칭송하였습니다. 감히 현직 대통령에 의한 헌법 파괴와 민주공화국 전복 행위가 있을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2024년 12월 3일 밤 10시 23분경, 한 해가 저무는 그날 밤, 피청구인은 정규 방송을 중단시키고 나타나 국민 앞에 마주 앉아서 비상 계엄 선포 담화문을 낭독하는 장면을 시청하도록 강요했습니다. 그 순간 우리는 여기저기 전화했고, 거의 모든 국민이 집에서, 식당에서, 길거리에서, TV나 휴대전화로 비상계엄 전개 상황을 실시간으로 시청하였습니다.

어떤 이들은 국회 의사당으로 달려갔습니다. 피청구인은 담화에서 국회를 '범죄자 집단의 소굴', '자유민주 체제를 붕괴시키는 괴물'이라고 단정하였습니다.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 패악질을 일삼는 만국의 원흉 반국가 세력을 반드시 일거에 척결하겠다고 결기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대한민국 국군이 완전 무장을 하고 헬기로 국회에 착륙하는 장면을 지켜봤습니다. 무장 군인들은 유리창을 깨부수고 국회의사당에 난입했습니다. 경찰은 국회의원 출입까지 막아서면서 국회를 봉쇄했습니다.

시민들은 국회 밖에서 경찰에 맞섰습니다. 국회 안에서는 몸으로, 심지어는 소화기 분말을 분사해서 내부에 진입한 무장 군인의 본회의장 출입을 저지했습니다. 한마디로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볼 수 없었던 초현실적인 장면들이었습니다.

 

동시에 생중계되는 국회의사당 본회의장은 긴박한 바깥 상황과는 달리 차분했습니다. 국회의장은 절차 준수를 강조하였습니다. 본회의장 안팎을 동시에 지켜보고 있는 국민은 "저러다 저지선이 뚫리면 어쩌나" 하면서 초조하게, 애타게 지켜봐야만 했습니다.

 

여기에 더하여, 계엄군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과천 청사 등을 봉쇄 · 점거하고 선거 정보센터에 무단 침입하였으며 직원들의 휴대전화를 빼앗았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이러한 행위는 피청구인의 비상계엄 선포 담화나 계엄 포고문에 전혀 예정되어 있지 않은 행위입니다.

국회의장, 여당 및 여당 대표, 전직 대법원장, 언론인 등을 체포 · 감금하려 계획했던 사실이 밝혀졌고, 피청구인이 직접 나서서 계엄군의 국회 진입과 국회의 계엄 해제 결의 저지를 명령 · 지휘하였다는 증언과 진술이 잇따랐습니다. 현장에 동원된 군인과 경찰 병력이 수천 명에 이르렀습니다. 군 부대인 특수전사령부, 수도방위사령부, 대외 군사정보 수집 부대인 정보사령부, 군사보안과 군 방첩 및 군에 관한 정보의 수집 처리 등에 관한 업무를 수행하는 국군방첩사령부 등 우리 국군의 핵심 전력을 동원하였습니다. 한마디로 대한민국 헌법 파괴 행위이자 민주공화국 전복 행위입니다.

 

비상계엄 선포를 전후한 피청구인의 인식과 언행에 대하여 한 말씀드리겠습니다. 피청구인은 여소야대 정국에서 대통령에 당선되었습니다. 표차는 0.73%, 초박빙이었습니다.

그럼에도 피청구인은 다수당인 야당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무시하였습니다. 현실적이거나 잠재적인 정적 제거에 몰두하였습니다. 자신과 소속을 같이 하고 있는 집권 여당 내부 인사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집권 여당은 작년 국회의원 총선에서도 참패했습니다. 참패의 원인으로는 피청구인의 총선 기간 중 여러 언행이 지목되었습니다. 깊은 성찰에 터잡은 다수 야당과의 협치만이 피청구인 자신이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지였습니다. 그러나 피청구인은 총선 참패가 부정선거의 결과라는 망상에 빠졌습니다.

다수 야당이 이끄는 국회가 대한민국의 헌정 질서를 짓밟고 정당한 국가기관을 교란시키는 내란을 획책하는 명백한 반국가행위를 자행한다고 소리를 높입니다. 적반하장입니다. 피청구인이 듣기 싫은 소리는 입틀막으로 듣지 않고, 듣고 싶고 보고 싶은 것만 골라 보고 들은 결과입니다.

피청구인은 2024년 12월 12일 담화에서 "병력을 국회에 투입한 이유는 거대 야당의 망국적 행태를 상징적으로 알리고 질서 유지를 하기 위한 것이지, 국회를 해산하거나 기능을 마비시키려는 것이 아니다. 계엄령을 발동하되 그 목적은 국민에게 거대 야당의 반국가적 패악 행위를 알려 이를 멈추도록 경고하는 것이었다"라고 강변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도대체 두 시간짜리 계엄이라는 것이 있습니까? 질서 유지를 위해 소수의 병력을 잠시 투입한 것이 폭동이라는 말입니까?"라고 외치고 있습니다.

피청구인이 그날 밤 일선 지휘관들에게 직접 내린 명령이나 우리가 지켜본 현장 상황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주장입니다. 이 심판정에서는 내란 프레임을 짜고 자신에 대한 탄핵 공작을 하고 있다면서 음모론까지 제기하고 있습니다. 비상 계엄을 '계몽령'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누가 누구를 계몽한다는 것입니까? 법꾸라지, 법비의 요설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피청구인에게서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을 연상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피청구인은 자신의 지시 한마디가 헌법이 되는 세상을 만들고자 한 것입니다.
국가를 사유화하고 대한민국 헌법 위에 군림하고자 하였습니다. 우리는 이것을 독재라고 부릅니다. 피청구인이 비상 계엄을 선포하는 그 순간, 피청구인은 더 이상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대통령이기를 스스로 포기한 것입니다.

 

헌법 재판소는 피청구인 주장의 부정선거 논란에 대하여도 깊이 헤아려 주시기 바랍니다.

피청구인은 2025년 1월 15일 공개된 자필 메시지에서 "우리나라 선거에서 부정 선거의 증거는 너무나 많습니다. 칼에 찔려 사망한 시신이 다수 발견되었는데 살인범을 특정하지 못했다고 해서 살인 사건이 없었고 정상적인 자연사라고 우길 수는 없는 것입니다."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선거에 의하여 당선된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면 도저히 입에 담을 수 없는 말입니다. 부정선거가 권력을 가진 자에 의하여 자행되었다는 역사적 사실에도 반합니다. 대의 명분으로 삼았던 거창한 구호는 사라지고 부정선거 의혹 규명, 선거 시스템 점검이 비상계엄 선포의 목적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구차합니다. 

 

여기서 잠시 과거 어느 헌법 재판관의 말씀을 살펴보겠습니다. "이 사건 탄핵 심판은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헌법적 가치를 실현하고 헌법 질서를 수호하는 문제이다. 그리고 이 사건 탄핵 심판은 단순히 대통령의 과거 행위의 위법과 파면 여부만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 대한민국이 지향해야 할 헌법적 가치와 질서의 규범적 표준을 설정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사건 결정문의 보충 의견입니다.

맞는 말씀입니다. 헌법 재판소의 결정은 주문도 중요하지만 결정 이후에 담겨 있는 내용도 중요합니다. 우리가 구현하고자 하는 헌법 가치를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결정문은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한 단계 승화시키고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여야 합니다. 이번 기회에 망국적인 역병인 부정선거 음모론에 철퇴를 가함으로써 민주 공화국의 기반을 굳건히 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오늘 이 심판정이 존재할 수 있도록 계엄군과 경찰에 맞서 싸운 민주시민, 국회의원과 국회 관계자, 부당한 지시와 명령을 거부한 정의로운 군인들에 대하여 저희 헌법재판소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보답이라고 할 것입니다.

피청구인은 한날 한 시라도 신속하게 파면 되어야 합니다. 피청구인은 내란 우두머리 죄로 구속 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전 국방부 장관, 군 고위 장성, 경찰 수뇌부도  내란 중요임무종사죄나 내란 부화수행 죄로 기소되어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피청구인이 파면을 면한다고 해서 처벌을 면할 수 있겠습니까? 다시 국정을 맡길 수 있겠습니까?  피청구인은 이 순간에도 거짓과 가장으로 자신의 지지 세력 결집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국민을 편가르고 있습니다. 폭도들이 법원에 난입하여 폭동을 일으켰습니다.

어떤 국회의원은 헌법 재판소를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국가 인권위원회 위원이라는 사람이 헌법 재판소를 두들겨 부수어 흔적도 남김없이 없애 버려야 한다고 선동하고 있습니다. 극도의 혼돈과 혼란 상태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비상계엄이 우리 경제에 미치고 있는 부정적 영향은 날로 심화되고 있습니다. 소비는 위축되고 경제는 회복하기 어려운 상태로 가고 있으며, 치솟은 환율은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제 사회의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하루하루가 고통스럽습니다.

"이게 나라입니까?"라는 절망의 목소리가 거리를 맴돌고 있습니다.

피청구인이 선포한 비상계엄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면 우리는 어떤 장면들을 목격하고 있을까요? 피청구인이 복귀한다면 제2, 제3의 비상계엄을 선포하지 않을 것이라고 누가 보장할 수 있겠습니까? 국민과 더불어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을 앙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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