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5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마지막 변론에서 국회 측 이원재 변호사는 피청구인(윤 대통령) 측이 주장하는 부정선거 음모론의 허구성에 대해 조목조목 짚었다.
이 변호사는 2023년 국정원의 선관위 보안 점검과 관련한 윤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내용은 사실 왜곡과 확대 해석에 근거한 것으로 분석했다.
또 가짜 투표지를 투입하거나 투개표 데이터를 조작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은 대법원 판례 등을 통해 이미 입증됐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 변호사의 최종 변론 전문이다.
피청구인과 그 대리인이 이 사건 비상 계의 이유 중 하나로 들고 있는 부정 선거론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소추 사유 중 피청구인의 중앙선거관리위원의 침탈과 관련되어 있는 내용입니다. 비상 계엄이 선포된 후 국회에서 일어났던 일은 온 국민이 실시간 방송을 통해 지켜보아서 그 실상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당시 군병력이 선거 관리 위원회에 출동했던 일은 뒤늦게 알려지고, 또 그 과정이 자세히 보도되지도 않아서 국민들에게 실상이 덜 알려져 있습니다.
이후 수사 과정에서는 비상 계엄 주도 세력이 선관위 주요 직원들을 체포, 감금하고 심지어 고문까지 할 계획을 세운 것이 드러났습니다.
아시다시피 피청구인이 계엄을 선포하면서 밝힌 계엄 사유에는 선관위나 부정 선거에 관한 내용은 없었습니다. 2024년 12월 12일자 담화에서 피청구인은 "선관위 전산 시스템에 문제가 많아서 국방부 장관에게 점검하도록 지시하였다"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선관위 전산 시스템의 문제가 비상 계엄의 사유가 될 수 없다는 점은 차치하더라도, 피청구인이 문제라고 언급했던 내용은 사실과 달랐습니다. 담화에서 피청구인은 "2023년 하반기에 국정원이 정보 유출과 전산 시스템 안정성을 점검하고자 하는 것을 선거관리위원회가 완강히 거부하였다. 보안 점검을 받게 된 후에도 전체 시스템 장비의 일부만 점검에 응하고 나머지는 불응하였다"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2023년은 물론 그 이전이나 그 이후에도 국정원이 선관위에 보안 점검을 요구하거나 선관위가 보안 점검을 거부한 일은 없었습니다. 법률상 국회, 법원, 헌법재판소, 선관위 같은 헌법 기관은 스스로 필요성에 의해 요청하지 않는 한 국정원의 보안 점검 대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2023년 국정원의 보안 점검은 선관위가 스스로 요청해서 이루어졌습니다. 보안 점검을 받을 때 선관위는 전체 보유 장비에 대한 접근 권한을 국정원에 부여했습니다. 다만, 국정원이 시간 제약 등으로 해서 선거 시스템과 관련한 중요 전산 장비 위주로 선정해서 일부만 점검하였던 것인데, 이걸 두고 선관위가 장비 일부분만 점검에 응하고 나머지는 불응하였다라고 하는 것은 사실을 왜곡하는 주장입니다.
또 그 담화에서 피청구인은 "국정원 직원이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하였고, 방화벽도 사실상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당시 보안 점검은 부정 선거 방지를 위한 각종 법적, 제도적 장치를 배제하고 기술적 부문의 한정에서 실시되었습니다. 또 기술적인 부문의 모의 해킹도 선관위가 국정원의 시스템 정보와 접속 관리자 테스트 계정을 미리 제공하고 침입 탐지, 차단 등 자체 보안 시스템을 완전히 적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이런 조건을 무시하고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하였고, 방화벽도 사실상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라고 하는 것은 지나친 확대 해석입니다.
피청구인은 2024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선관위에 문제 있는 부분에 대한 개선을 요구했지만, 제대로 개선되었는지 알 수 없었다라고도 했습니다. 그러나 선관위는 보안 점검 이후에 지적된 취약점을 대부분 조치하고, 24년 4월 총선 전에 정당 참관인 입회 하에 두 차례 국정원과 합동으로 이행 여부 현장 점검을 완료하였습니다.
달리 국정원이나 다른 기관이 선관위의 시스템에 대해서 문제점을 제기하거나 점검 요구를 하거나 개선 요구를 한 적은 없었습니다. 즉, 개선 여부를 알 수 없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닙니다.
피청구인은 2025년 1월 15일에 공개한 국민께 드리는 글에서 선관위의 시스템의 부실에 관한 주장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서 "우리나라 선거에서 부정 선거의 증거는 너무 많다, 선거 소송에 투표함 검표에서 엄청난 가짜 투표지가 발견되었다"는 등 부정 선거 주장까지 하였습니다. 그러나 과거 여러 차례 선거 소송 재검표에서 정규표 투표지가 아닌 가짜 투표지는 발견된 적이 없습니다.
피청구인 대리인이 가짜라고 주장하는 투표지들은 21대 국회의원 선거의 소송 재검표 과정에서 나온 투표지입니다. 이에 관해 대법원은 상세한 조사와 검증을 거쳐서 해당 투표지는 별 문제가 없거나 사소한 실수, 단순한 기계적 오류에 의한 것이어서 부정 선거의 증거가 될 수 없다고 판결했습니다.
법률가인 피청구인이 한 번만이라도 이 판결을 제대로 읽어 보았다면, 아마 가짜 투표지 주장이라는 것이 얼마나 근거 없는 짓인지 알 수 있었을 것입니다.
판결이 아니더라도 이 투표지들이 누군가 부정선거를 목적으로 투입한 가짜 투표지라면 특정 후보에게 유리한 투표지일 것입니다.
그러나 가짜 투표지 주장을 하는 어느 누구도 그 투표지가 누구한테 유리했나 하는 그런 내용은 전혀 말을 하지 않습니다. 그 투표지들이 특정 후보에게 유리한 내용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피청구인이 말하는 칼에 찔린 시신, 칼에 찔려 사망한 시신은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의 투개표는 수많은 사무원과 관계 공무원, 공공기관 직원, 참관인이 참여한 가운데 실물 투표, 또 공개 수작업 개표 방식으로 진행되고, 사후에도 실물 투표지를 통해 개표 결과를 검증할 수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정보 시스템이나 기계 장치는 보조적으로, 보조 수단으로 사용됩니다.
투개표 과정에 한 번이라도 참여해 본 사람이라면 현실에서 누군가 가짜 투표지를 투입하거나 투개표 데이터를 조작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잘 알 것입니다.
이 사건 소추 이유에서는 피청구인이 비상 계엄을 선포하고 선거 관리 위원회에 침입해서 서버를 압수 수색하고 하는 행위들의 위헌 위법성이 주로 다루어졌지만, 비상 계엄 이후 피청구인이 담화 등을 통해 선거관리 위원회를 공격하고 부정 선거 음모론을 제기시키고 확산시킨 행위는 우리나라 선거제도, 대의 제도에 더욱 치명적인 영향을 끼쳤습니다.
또 선거관리위원회와 선거 시스템의 신뢰성을 크게 훼손시켰습니다.
부디 피청구인이 주장하는 부정선거 음모론이 얼마나 근거 없는지를 제대로 판단하셔서 우리나라 선거제도와 대의 제도의 신뢰성, 그리고 선거 관리 위원회와 수많은 투개표 사무원, 참관인들의 명예와 자긍심을 회복시켜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