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尹측 "경찰기동대 영장 집행 나서면 현행범"
"시민들이 경찰 체포 가능" 지지자들 부추겨
대법원 판례, 현행범 체포 요건 엄격히 규정
윤 측 주장 믿고 실행하면 범법자 될 수도
전문가들 "너무 나간 주장...선 넘었다"
내란 수괴 혐의로 체포 위기에 놓인 윤석열 대통령 측이 지지자들을 향해 "체포 지원 행위를 하는 경찰관을 경호처 또는 시민이 현행범으로 체포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져 논란이 일고 있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을 선동하는 이 같은 행위가 자칫 그런 주장에 휘둘린 시민들을 범법자로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윤 측 주장 요지
윤 대통령 측 윤갑근 변호사는 2일 입장문을 냈는데, 그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경찰기동대는 관련법상 체포영장 집행 권한이 없다. 경찰기동대가 영장 집행에 나서려면 과거 검찰과 같이 공수처 검사에게 경찰 수사지휘권이 있어야 가능하다. 기동대가 공수처를 대신해 체포, 수색영장 집행에 나선다면 직권남용 및 공무집행방해죄 현행범이 되기 때문에 경호처는 물론 시민 누구에게나 체포될 수 있다. ."
윤 변호사는 또 이날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수색영장 집행을 불허해달라며 서울서부지법에 이의신청을 냈다고 밝혔다.
◆ 관련 법규정과 판례는
형사소송법 제212조에 따르면 현행범인에 대해서는 누구든지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이에따라 현행범으로 범죄를 저지른 경찰관이 있을 경우, 일반 시민도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다는 것은 법리적으로 가능하다.
하지만, 대법원 판례( 2011. 5. 26 선고)는 현행범 체포의 적법성을 매우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다. '행위의 가벌성' '범죄의 현행성 및 시간적 접착성' '범인 및 범죄의 명백성' '체포의 필요성 (도주 또는 증거인멸의 염려) ' 등이 인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기준은 경찰관이 일반 시민을 현행범으로 체포할 경우에도 엄격히 적용된다.
◆ 위험한 부추김
하물며 공무를 집행 중인 경찰관에게 도주 우려 등 현행범 체포 요건을 적용하기가 매우 어려울 것이라는 것은 조금만 생각해봐도 알 수 있다.
따라서 윤 대통령 측 주장을 빋고 시민들이 경찰관 체포에 나섰다가 공무집행방해나 형법상 체포·감금 혐의로 처벌될 위험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속 변호사들은 2013년 7월 쌍용차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집회에서 "경찰이 질서유지선을 과도하게 설치해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을 위반했다"며 현장 경찰관을 현행범으로 체포하려다가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법원은 경찰의 집시법 위반 사실을 일부 인정하면서도 민변 변호사들의 경찰관 체포 시도를 '불법 체포'로 규정, 체포미수 혐의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경찰관인) 피해자에게 도망 또는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볼 수 없고, 피고인들도 이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 전문가들도 비판
한국일보에 따르면 차성안 서울시립대 로스쿨 교수는 "법원의 체포영장에 따른 집행을 범죄로 보기 힘들고, 체포 업무를 집행하는 경찰관에게 '현행범 체포' 요건인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가 있는 상황을 상정하긴 더욱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종수 서강대 로스쿨 교수는 "수사받은 입장에서 체포영장 청구와 발부의 위법성을 주장할 수는 있겠지만, 그 역시 법 테두리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영장을 집행하는 수사기관을 상대로 시민들에 의한 현행범 체포가 가능하다고 말하는 건 너무 나간 주장"이라고 말했다.
◆ 공수처와 경찰 계획은
공수처는 윤 대통령 체포영장 및 수색영장 집행에 검사와 수사관 등 약 50명을 투입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 인력이 검사 15명, 수사관 36명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전원을 투입하는 셈이다. 윤 대통령을 직접 조사할 주임검사로는 이대환·차정현 부장검사가 지정됐다.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은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 지원과 관련한 여러 의견이 있는 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며 “공수처와 충분한 법적 검토 및 협의를 통해 집행 과정상 위법성 문제가 제기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이 동원되더라도 영장 집행에는 직접 관여하지 않고 대통령 관저 앞 질서유지, 시위대 등 충돌을 막는 역할을 할 것으로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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