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尹 탄핵사유 '위헌' 과 '위법' 부분 나뉘어
소추단, 사유 중 '형법상 내란죄' 적용 철회
여당은 "핵심 빠져 국회에서 재의결 필요"
야당 "내란 혐의 자체 철회 아냐...호도 말라"
전문가 "적용 법률 철회여서 재의결 불필요"
결정은 헌재 몫...14일 1차 변론기일서 할 듯
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소심판정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2차 변론준비기일에서 국회 탄핵소추단이 탄핵사유에서 형법상 내란죄를 사실상 철회했다고 전해진다.
이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 측과 국민의힘은 "탄핵사유에서 내란죄가 핵심인데, 내란죄를 빼면 국회에서 재의결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여당과 윤 대통령 측의 주장만 들어보면 얼핏 맞는 말 같지만, 더불어민주당의 얘기를 들어보면 야당 쪽의 얘기가 더 일리 있는 설명인 듯하다.
탄핵사유에서 내란죄를 어떻게 철회한다는 얘기인지, 국회 재의결이 필요한지 등을 짚어봤다.
◆여당의 주장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에 대해 “국회에서 통과될 때는 내란죄를 전면에 내세우고, 헌법재판소에서 심판할 때는 내란죄를 뺀다면 탄핵 절차를 우습게 만드는 것”이라며 “헌재는 졸속으로 작성된 탄핵소추문을 각하시켜야 하고, 국회가 탄핵소추안을 다시 작성해 재의결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내란 혐의는 대통령 탄핵소추문의 알파이자 오메가"라며 "핵심을 탄핵 사유에서 제외한다면 앙꼬 없는 찐빵이 아니라 찐빵 없는 찐빵"이라고 말했다.
윤상현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탄핵에 찬성했던 여당 의원 5명이 '내란죄가 포함되지 않았다면 탄핵안에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확인해주면 이를 헌법재판소에 증거로 제출하겠다"며 "내란죄 여부로 탄핵안 표결 결과가 달라졌을 수 있었다. 국회에서 다시 의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 야당의 반박
더불어민주당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4일 서면브리핑 자료를 통해 “윤석열 탄핵 사유에서 ‘내란’을 뺐다는 무식한 주장에 쓴웃음만 난다"고 밝혔다.
노 원내대변인은 “‘윤석열 탄핵 사유’ 논란의 핵심은 간단하다”며 “국회에서 의결한 탄핵 사유들을 내란죄 성립 여부 즉 형법 위반 여부로 다투지 않고, 헌법 위반으로 주장하겠다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탄핵소추안에 탄핵 사유로 포함돼 있는 내란 행위들 중 한 가지도 제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노 원내 대변인은 “이러한 당연한 절차는 2017년 박근혜 탄핵심판 때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탄핵소추위원단(위원장 권성동 바른정당 의원)은 박근혜의 뇌물죄, 강요죄 등 형법상의 범죄 성립 여부에 대한 판단을 하지 않고, 위헌 여부만 분명히 밝히겠다며 탄핵 사유서를 재정리했다”고 전했다.
노 원내대변인의 말을 요약하면
(1)탄핵소추안은 '헌법 위반'과 '법률(형법 등) 위반' 사유로 구성돼 있는데, 법률 위반 부분은 빼고 헌법 위반 부분만을 탄핵사유로 한다.
(2)내란 혐의는 '형법 위반' 부분뿐 아니라 '헌법 위반'부분에도 들어 있기 때문에 위헌 부분에서 다룰 수 있다. 따라서 내란죄 부분을 모두 탄핵사유에서 빼낸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사실관계를 왜곡한 것이다.
야당이 이처럼 추진하는 것은 위헌 부분만으로도 탄핵 인용이 될 것이라는 자신감을 드러내면서 탄핵심판을 속도감 있게 진행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 2017년 탄핵 때 권성동 위원장 발언
이를 파악하기 위해 2017년 1월 20일 보도 내용을 살펴봤다.
(서울=뉴스1) 김수완 김정률 기자 =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소추위원단이 탄핵소추사유서에서 뇌물죄, 강요죄 등 박 대통령의 구체적인 범죄 성립 여부에 대한 판단을 빼는 대신 박 대통령의 행위가 위헌적이라는 내용을 분명하게 밝히는 쪽으로 탄핵소추사유서를 다시 정리한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의 국회 탄핵소추위원장인 권성동 바른정당 의원은 20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탄핵소추사유서를 다시 작성하는 이유는 대통령의 집무집행행위가 헌법과 법률에 위배되느냐가 탄핵심판에 있어서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탄핵소추사유서를 다시 작성하게 된 취지를 설명했다.
권 의원은 "탄핵 재판은 형사 재판이 아니라 징계 처분의 성격을 띠고 있는 행정소송"이라고 전제한 뒤 "탄핵소추안을 작성할 당시 헌법 위반 부분과 법률 위반 부분으로 나눴는데 형법상의 범죄가 성립하느냐(법률 위반)의 유무는 헌법재판의 대상이 아니라 형사 재판의 대상"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래서 법률 위반 부분에 적혀 있는 기본적인 사실 관계(미르·K스포츠재단 자금 출연 강요 등)는 그대로 다 인용하면서 뇌물죄가 되느냐, 강요죄가 되느냐에 대해서는 논하지 않고 그런 행위가 헌법에 위반되느냐는 식으로 재작성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헌재에 제출된 사실관계를 바꾸려면 국회 의결을 다시 받아야 한다. 하지만 사실관계에 대한 법률적인 해석을 보충하는 수준의 탄핵소추사유서 변경에는 국회의 재의결이 필요하지 않다.
◆ 국회 재의결 필요하나
2017년 박근혜 탄핵 때는 탄핵소추사유서를 재정리했지만, 국회의 재의결을 거치지 않았다. 헌재에 제출된 사실관계를 바꾸려면 국회 의결을 다시 받아야 하지만, 사실관계에 대한 법률적인 해석과 적용을 보충하거나 바꾸는 형태였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번 윤 대통령 탄핵소추와 관련, 형법상 내란죄를 철회하고 위헌적인 부분에 집중하는 경우는 어떨까. 이 또한 2017년 때와 같은 형태라는 것이 중론이다.
노희범 변호사(전 헌법재판소 헌법재판관)는 4일 jtbc와의 인터뷰에서 " 탄핵소추 사유 자체를 철회하는 것이 아니고 탄핵소추 사유 중에서 적용되는 법률 조항을 철회하겠다는 얘기이기 때문에 국회 재의결은 필요 없다"고 말했다.

◆ 결론은 어떻게 날까. 헌재 입장은
국회소추단이 아무리 형법상 내란죄 부분을 탄핵사유에서 빼고 싶다고 하더라도 최종 결정은 헌법재판소가 한다.
노희범 변호사는 jtbc와의 인터뷰에서 "법률 적용 여부는 헌재의 직권 판단 사항이다. 탄핵소추 사유가 어떤 법률에 적용되는지는 헌재가 판단한다"고 말했다.
헌재는 오는 14일로 예정된 1차 변론기일에서 이 문제에 대해 언급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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