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2차 내란특검법 거부
1차 때 지적 위헌성 해소되자
이번엔 보충성·예외성 주장
"내란 진상 규명 지연 초래"비판
비겁하고 무책임 처사 지적도
"내란 가담·동조 혐의 은폐하나"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내란특검법을 두차례나 거부(재의요구)하면서 그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최 대행이 나름의 거부 이유를 내세웠음에도 12·3 내란사태의 진상 규명을 방해하는 행위로 해석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자신의 내란 가담 또는 내란 동조 혐의를 은폐하려는 시도라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최 대행은 야당이 자신을 탄핵소추할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미리 간파하고 고도의 '머리 굴리기'를 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 대행을 탄핵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하더라도 탄핵심판이 마무리된 후 최 대행이 내란 관련 혐의에 대해 수사를 받게 될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최상목 대행의 내란특검법 두번째 거부
최상목 대행은 1월 31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열고 2차 내란 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권을 행사했다.
그 이유에 대해선 장미란 정부대변인(문체부 2차관)이 대신 설명했다.
장 대변인은 이날 국무회의 결과 브리핑에서 “최 권한대행은 이번 특검 법안이 이전에 정부로 이송되어 왔던 특검 법안에 비해 일부 위헌적인 요소가 보완되었으나 이전 특검 법안과 동일하게 여야 합의 없이 야당 단독으로 통과한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전했다”며 “권한대행은 삼권분립의 예외적 제도인 특별검사 도입이 우리가 그간 지켜내 온 헌법 질서와 국익이라는 큰 틀에 비추어 현시점에서 진정으로 필요한 것인지 국무위원들과 심도 있게 논의하고 숙고를 거듭했으나 명쾌한 답을 낼 수 없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장 대변인은 이어 “비상계엄 관련 수사가 진전되어 현직 대통령을 포함한 군·경의 핵심 인물들이 대부분 구속기소 되고 사법 절차 진행을 지켜보아야 하는 시점에서 별도의 특별검사 도입 필요성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설명했다”며 “자칫 정상적인 군사작전까지 수사 대상이 될 경우 북한 도발에 대비한 군사대비태세가 위축될 수 있고 군의 사기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고 전했다.
이로써 최 대행이 지난해 12월 27일부터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수행한 이후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은 모두 7개로 늘어났다. 앞서 한덕수 국무총리가 권한대행으로서 6개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던 기록을 넘어섰다.
정치권 일각에선 권한대행의 잇단 거부권 행사가 선거로 선출된 입법부의 역할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야 반응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최상목 대행이 결국 하지 말았어야 할 선택을 했다. 내란 특검법을 거부함으로써 자신도 내란 가담 또는 동조 세력이라고 자인한 꼴이 되었다”고 비판했다.
노종면 대변인은 “여야 합의가 되지 않은 법이기에 거부권을 행사한다고요? 민주당은 자체 특검법을 내겠다며 시간만 질질 끄는 여당을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며 “특검의 힘을 빼려는 의도가 다분한 여당 자체 특검법마저 인내하고 수용하며 사실상 그대로 반영했음도 여당은 협상 테이블을 걷어차고 나갔다. 애초에 여당은 ‘여야 합의 실패’ 모양새를 만들 궁리뿐이었다”고 반박했다.
노 대변인은 또 “윤석열이 구속기소 됐으니, 특검의 명분이 약해졌다고요? 내란 사태의 종식은 윤석열 개인에 대한 단죄만으론 완성되지 않는다. 내란의 전모와 동조 세력까지 낱낱이 밝혀내야지만 이 모든 혼란을 수습할 수 있다”며 “윤석열에 대한 직권남용 등의 추가 수사와 기소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노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번 내란 특검법에 제3자 추천 방식을 포함했고, 법원행정처가 제시한 안을 담아 국가기밀 유출 위험도 원천 차단했다”며 “애초에 위헌성과 국가기밀 유출 시비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도 최상목 권한대행은 위헌성과 국가기밀 유출 우려를 거부권 행사의 이유로 들먹였다. 대놓고 대국민 사기를 치겠다는 뜻이냐?”고 지적했다.
조국혁신당은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원내대표단 기자회견을 열고 “최상목 대행은 또다시 내란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함으로써 내란 가담자임을 스스로 입증했다“며 “내란 동조자 최상목을 탄핵하라”고 촉구했다.
조국혁신당은 “한 달 전 최상목 대행이 쌍특검을 거부하며 내세운 명분은 위헌성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이었고, 야 6당은 이를 수용해 기존 안을 대폭 수정한 법률안을 재발의했다. 논란이 되었던 특검 추천 방식은 물론, 수사 대상과 범위 축소, 특검 규모와 기간까지 여당의 입장을 사실상 대부분 반영했다”고 최 대행 입장을 반박했다.
조국혁신당은 특히 “최상목 대행은 국정안정을 핑계로 대통령 권한대행이 아니라, 자신의 거울인 윤석열 내란수괴 대행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조국혁신당의 인내도 이제 끝났다. 조국혁신당은 최상목 권한대행을 확실한 내란 사태의 가담자이자 내부자로 규정한다. 국정을 책임지는 자리에 이대로 둘 수는 없다”고 강조하고 민주당에 최상목 권한대행 탄핵 추진 동참을 요청했다.
김대식 국민의힘 원내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최상목 권한대행의 재의요구권 행사는 대한민국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한 올바른 결정”이라며 “법치주의와 헌정질서를 바로 세우기 위한 책임 있는 판단이자, 더불어민주당의 정치적 목적을 저지하기 위한 결단”이라고 했다. 김대식 대변인은 “더불어민주당은 독소 조항을 일부 수정했다고 주장하지만, 여전히 수사 범위가 모호하고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로 강행 처리되었다”며 “대한민국 사법 체계를 특정 정치 세력의 도구로 전락시키고자 하는 시도로밖에 볼 수 없는 특검법”이라고 말했다.
최 대행 잇단 행위의 문제점
최상목 대행이 두번째 내란특검법까지 거부하면서 그동안 해온 여러가지 행동들이 더욱 의심 받게 됐다.
예컨대, 최 대행은 비상계엄 선포 당일 윤 대통령이 실무자를 통해 전달한 지시 문건(쪽지)을 제대로 읽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비상계엄이 선포되는 시점에서 대통령이 참고하라는 문건을 경제부총리가 제대로 읽지 않았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 그 문건에 위헌적인 내용(국회 관련 예산 차단, 비상입법기구 관련 예산 마련)이 있음을 알아차리고 '제대로 보지 않았다'고 둘러댄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살만한 대목이다. 이는 결국 자신의 내란 가담 가능성을 은폐하려는 시도로 보일 수 있다.
또한 윤 대통령에 대한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 당시, 최 대행은 경호처의 불법 저항을 방관하고 오히려 불법 저항을 지원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는 적법한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한 특수공무집행방해죄 또는 공무집행방해죄와 관련된 행위이다.
특히 최 대행이 지난해 12월 31일 1차 내란 특검법을 거부한 데 이어, 정부·여당이 문제 삼았던 위헌성을 해소한 2차 내란 특검법마저 국회로 돌려보낸 것에 대해 비겁하고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잇따른다. 1차 내란특검법을 거부하면서 최 대행이 사유로 들었던 위헌성 요소가 2차 내란특검법에서 상당 부분 제거되자, 최 대행이 이번에는 특검 제도의 보충성·예외성 원칙을 들어 거부했다. 이는 애초부터 특검을 도입할 의지가 없었음을 실토하는 것과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여러 정황으로 볼 때, 최 대행이 내란 사태의 전모가 밝혀지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의심된다. 내란특검법이 시행되면 자신도 내란 관련 혐의로 수사를 받을 수밖에 없을테니까.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최 대행 스스로 내란 가담 또는 내란 동조세력임을 자인한 셈'이라는 취지로 논평한 것은 이런 지적을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은 주어 담을 수 없고, 조막손으로 해를 가릴 수는 없다. 최 대행이 역시 스스로 떳떳하다면 비겁하게 보이는 행동은 삼가야 한다.
최대행 탄핵 가능성 없나
최 권한대행이 아무리 '머리 굴리기'를 통해 탄핵정국을 헤쳐나간다 해도 '마지노선'을 넘을 경우에는 탄핵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그 마지노선은 어디일까. 오는 3일 헌법재판소가 ‘최 대행의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 보류’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릴 경우 최 대행이 후보자를 곧바로 임명하지 않으면 그 마지노선이 깨진다고 볼 수 있다.
조선일보 등은 벌써 '임명 보류에 대한 헌재의 위헌 결정이 내려지더라도 최 대행이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는 내용의 보도를 하고 있다. 실제로 최 대행이 그런 방침을 세운 것인지, 조선일보가 기사로써 압박을 한 것인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 그러나 민심은 조선일보의 보도와 다르다는 것은 나만의 체감이 아닐 것이다.
얼마전 원로 언론인 단체 '언론비상시국회의'는 조선일보에 대해 ' 내란 세력의 스피커를 넘어 내란의 지휘부 노릇을 한다'고 일갈한 바 있다. 이 말이 자꾸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여론은 특정 언론의 활자화된 뉴스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민심을 왜곡하는 기사들일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최 대행은 자신이 탄핵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 민주당이 우려하고 있는 지점을 간파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민주당은 '릴레이 탄핵'에 대한 위험부담을 안고 있다. 더구나 최 대행이 탄핵되더라도 그 다음 권한대행 직무 승계자가 최 권한대행보다 협조적일지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다음 순번은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그 다음은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다. 이 부총리는 17대 국회 한나라당 의원을 지낸 보수 정치인 출신이다. 유상임 장관은 지난달 국회에서 노종면 민주당 의원과 고성을 주고받으며 대립한 인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