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위헌 위법한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에 계엄군으로 투입된 군 장병들 얘기를 하고자 한다. 밉다는 생각보다는 안쓰럽고 애틋하고 고마운, 그래서 복잡해지는 감정을 감출 수 없다. 나만의 감정이 아닐 것이다.
윤 대통령의 '마수'가 대한민국의 평온함을 깨뜨리던 지난해 12월 3일 밤. 만약 군인들이 상부의 명령대로 총을 쏘고 도끼로 문을 부숴서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가 의원들을 끌어냈다면 어떻게 됐을까. 이후 상황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당시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이 이뤄진 데는 국회로 몰려든 시민들과 국회 직원들의 힘이 컸지만, 사실상 항명한 군인들도 크게 기여했다.
그날 국회에 투입된 특전사는 1980년 5월 광주 학살에 동원된 부대다. 이후 수십년이 흐르는 과정에서 특전사 장병들은 과거의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많은 애를 썼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에도 위헌 위법한 윤 대통령의 명령에 따라 국회에 투입된 주력부대가 됐다. 이들이 느낄 자괴감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이 때문인지 특전사 장병들의 사기가 떨어져 있다고 한다. 이런 분위기는 다음의 기사(2월 10일자)에서 엿볼 수 있다.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육군 특수전사령부의 '허리 계급'인 중사·상사 계급의 전역 신청 인원이 12·3 비상계엄 직후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4배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특전사 소속 중사·상사는 특전사 현행 작전 요원 중 70% 이상을 차지하는 정예 특수부대원들이다. 유사시 육지, 해상, 공중 침투가 가능하고 각정 특수 작전을 수행한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인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실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 특정 기간 내 육군 특전사 계급별 희망전역' 자료에 따르면, 2024년 12월 3일부터 2025년 2월 3일까지 전역을 신청한 상사 계급 인원은 총 26명이다.
이는 2023년 12월 3일부터 2024년 2월 3일까지 전역을 신청한 상사 계급 인원 (6명) 대비 4.3배 늘어난 수치다. 12·3 비상계엄 후 두 달간 전역을 신청한 중사 인원은 총 26명으로, 2023년 같은 기간 (11명) 대비 2.4배 증가했다.
하지만, 특전사 장병들이여! 그렇게 기 죽을 필요가 없다. 당신들은 독재정권의 나락으로 떨어질 뻔한 대한민국을 구한 사람들이기도 하다. 당신들의 행동은 1980년 5월 광주에서의 선배 공수부대원들과 달랐다.
이와 관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원내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강조한 부분이 있다. 정치권에서 귀를 기울여야 할 내용이다.
"불법계엄 관여로 국군의 사기가 말이 아니라 합니다. 어이없는 군사쿠데타에 일부 고위 장성의 참여는 사실이고, 이에 대한 책임 추궁은 불가피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국군장병을 믿고 사랑합니다. 국민과 국회가 계엄을 신속하게 막은 것도 대통령의 불법 명령에 사실상 항명하며 국가와 국민에 충성한 계엄군 장병 덕분입니다. 국군은 대통령 아닌 국민과 국가에 충성해야 합니다. 다시는 군이 정치에 동원되면 안 됩니다.
불법계엄 명령 거부권 명시, 불법계엄 거부자와 저지 공로자 포상 등 시스템 마련에 나서겠습니다. "
'포상 시스템'에 대해 이 대표는 11일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계엄에 관여한 군사령관 등에 대한 책임 추궁은 불가피 하지만, 계엄을 저지한 군인들에 대해서는 포상을 해야 한다. 그들은 자신들이 원해서 (국회 등에) 간 것이 아니고, 군통수권자가 통수권의 이름으로 명령해서 간 거다. 일선 지휘관과 그 이하 장병들은 뭘 하는지도 모르고 동원 당했다. 내가 왜 국회로 왔지? 내가 왜 이런 것을 해야 되지? 했을 것이다.
특히 특전사 요원들은 군의 핵심이라는 자부심을 가졌는데 최악의 범죄에 동원됐다.
이들을 용서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나는 용서를 넘어서 포상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명령에 따를 수 있었지만 안 따랐다. 일선 부대의 반발 때문에 계엄을 꿈도 못 꾸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포상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
이 대표는 유력한 대선 주자다. 이 대표가 차기 대통령이 되든 안되든 이 대표의 이런 발언은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의 정책과 공약으로 추진돼야 할 것이다.
불법적인 명령에 항거한 군인들에 대한 포상은 군의 질서와 국가 안보, 같은 범죄의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시행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