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탄핵심판 때 발언 기회 얻어
"호수 위 달그림자 쫓는 느낌"
혐의 실체 없단 뜻 에둘러 표현
윤, 자신의 국헌문란 되돌아봐야
'호수 위 달' 건지려던 행위 아닌지
"현실화 어려운 시대착오적 망상"
"이번 사건을 보면 실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뭐 지시를 했느니 지시를 받았느니 이런 얘기들이 마치 호수 위에 떠 있는 달 그림자 같은 것을 쫓아가는 그런 느낌 받았고요."
윤석열 대통령이 2월 4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 출석해 한 말이다.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당시 국회의원들을 체포하고 의사당에서 끌어내는 일이 실제로 벌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자신이 받고 있는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에둘러 부인한 것이다.
'호수 위의 달그림자' 얘기가 나오니 당나라 시인 이태백의 고사가 떠오른다.
고사에 따르면 태백성의 적선(謫仙)이 술에 취해 강가에 비친 달그림자를 잡으려 했다고 한다. 여기서 '태백성의 적선'은 이태백을 가리킨다. 이태백은 술을 매우 좋아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고사는 실제로 일어나지 않은 일이나 잡을 수 없는 것을 쫓는 헛된 노력을 비유적으로 표현할 때 종종 사용된다.
윤 대통령은 자신의 혐의가 '호수 위의 달 그림자'처럼 실체가 없다고 강변하고 싶었을 것이다. 더 나아가 헌재나 수사기관에게 실체 없는 자신의 혐의를 더 이상 쫓지 말라는 의미를 전달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 실체가 이미 만천하에 공개됐는데도 말이다.

고사의 내용에서 묘사된 것처럼 술에 취한 이태백이 달에 취해 노는 모습을 그린 조선시대 그림이 있다. 17세기 익명의 화가가 그린 '물에 뜬 달'이다.
보름달이 뜬 밤에 조각배가 기우뚱거리는 것도 잊은 채 호수에 뜬 달을 건지는 이는 이태백이다. 배 끝에 앉은 동자는 근심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이 그림을 보면 윤 대통령의 위헌 위법한 비상계엄 선포가 오버랩 된다.
지금까지 수사 결과를 보면,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통해 국회 등 헌법기관을 무력화시킨 후 독재정권으로의 회귀를 시도했던 듯하다. 그는 대선 후보 시절 자신의 손에 '王(왕)'자를 그린 모습을 공개했듯 '법 위에 군림하는 왕'같은 존재를 꿈꿨는지도 모른다.
윤 대통령이 그게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다면 술에 취해 '호수 위의 달'을 건지는 그림 속 이태백과 영락 없이 닮은 모습이다. 위태로운 상황에 처할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시대에 역행하는 '친위 쿠데타'를 일으킨 그 행위 말이다. 이는 역설적으로 윤 대통령 자신이 말한 '호수 위 달그림자를 쫓는 행위'나 다름 없다.
그림 속의 이태백이 달을 건지는 데 성공했을까. 묻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달그림자가 달인 줄 알고 건지려 했으니 달을 건질 수 없었으리라.
윤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폭탄주를 좋아하는 그가 좇으려 했던 '독재정권으로의 회귀'는 호수 위 달그림자를 쫓는 것처럼 허망한 것이었다. 만고풍상으로 단련된 우리 국민의 '민주주의 체력'으로 볼 때 가당키나 한 일인가. 그런 시도 자체가 애초부터 현실화 되기 어려운 시대착오적 망상이었음을 지금이라도 깨닫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