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3일 밤, 충격적인 비상계엄이 선포되기 직전에 나는 KBS 1TV 프로그램 '소나무의 비밀'을 보고 있었다. KBS의 뉴스는 신뢰하지 않지만, 특집 프로그램은 가끔 보는 편이다. 오후 10시30분쯤 됐을까. 화면에 '뉴스 특보'라는 자막이 뜨더니 곧바로 윤석열 대통령이 등장해 '반국가세력'을 자주 들먹이다가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것이었다.대다수 국민이 그러했듯 나 역시 계엄해제 발표 무렵께까지 뜬 눈으로 밤을 새웠다. 나는 대학교 1학년생이던 1980년 5월 17일 전두환 신군부가 전국으로 확대한 비상계엄을 직접 경험한 세대에 속한다. 이번 포고령에 나오는 '영장 없이 체포, 구금, 압수수색 가능' '사회 혼란을 조장하는 파업, 태업, 집회행위 금지'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