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성 산불로 유서 깊은 사찰 고운사가 전소됐다는 안타까운 소식에 마음이 무겁습니다.
저는 이 사찰을 제작년(2023년) 여름에 방문했습니다.
사찰에 이르는 넓은 흙길(맨발 걷기 하기에 매우 좋은)과 주변의 아름다운 소나무들, 30채가 넘는다는 건축물 등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산불로 전소됐다니 아연실색입니다.
고운사의 역사와 가치를 되새겨보며, 이 귀중한 문화유산의 의미를 되짚어보겠습니다.
고운사의 역사적 의의
경상북도 의성군 단촌면 구계리 등운산에 위치한 사찰 고운사는 13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한국의 중요한 불교 성지였습니다. 681년 신라 신문왕 원년에 의상대사가 창건한 이 사찰은 한국 불교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높을 고(高)'자를 써서 '고운사(高雲寺)'라 불렸습니다. 이후 신라 말기 최치원이 승려 여지·여사와 함께 가운루와 우화루를 건립한 것을 기념해 '고'자를 자신의 호인 고운(孤雲)에 사용된 '외로울 고'로 변경하여 '고운사(孤雲寺)'가 되었습니다.
건축물과 문화재
고운사는 여러 중요한 문화재와 건축물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 약사전: 보물 제246호로 지정된 석조 석가여래좌상이 안치되어 있었습니다.

약사전에는 약사여래부처님을 주불로 모십니다. 도선국사가 조성한 석불(보물 제246호)은 균형잡힌 몸매와 인자한 상호, 비교적 완벽한 보존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고운사의 모든 불상 가운데 가장 오래 되었다고 합니다.
- 가운루: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151호로, 최치원이 건립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최치원이 지었다고 전해지는 우각이며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건축물 중의 하나로 꼽힙니다. 계곡위로 돌기둥을 세우고 그 위에 다시 나무기둥을 세워 건물을 지었습니다.
- 연수전: 경상북도 문화재자료 제444호였습니다.

최초에 영조가 내린 어첩(御帖)을 봉안하던 건물로 현재의 건물은 고종 때 지어졌습니다. 임금의 장수를 기원하던 곳으로 우리나라 사찰에서는 볼 수 없는 건축형태와 벽화를 자랑했습니다.
- 삼층석탑: 경상북도 문화재자료 제28호입니다.

이 외에도 대웅보전, 우화루, 극락전, 명부전 등 총 32동의 건물이 있었습니다. 그 많은 건물들이 전소됐다니 안타깝기 그지 없습니다.

고운사의 불교적 의의
고운사는 해동 화엄종의 시조인 의상대사가 창건한 사찰로, 한국 불교의 중요한 중심지 중 하나였습니다. 특히 화엄사상의 전파와 발전에 큰 역할을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임진왜란 때는 사명대사가 승군의 전방기지로 활용하여 식량을 비축하고 부상한 승병을 돌보는 등 국난 극복에도 기여했습니다.
고운사와 최치원
고운사의 이름 변경에 큰 역할을 한 최치원은 신라 말기의 대학자로, 불교와 유교, 도교에 모두 통달했다고 알려진 인물입니다. 그가 고운사에서 수행하며 사색과 저술 활동에 몰두했다는 사실은 이 사찰이 단순한 종교 공간을 넘어 학문과 문화의 중심지였음을 보여줍니다.
고운사의 자연환경
고운사는 부용반개형상, 즉 연꽃이 반쯤 핀 형국의 천하명당에 위치해 있었습니다. 이러한 지리적 특성은 사찰의 영적, 문화적 가치를 더욱 높여주는 요소였습니다.
고운사의 발전과 변화
고려 시대에 고운사는 더욱 번창했습니다. 당시 14개 군의 사찰을 관장하며, 암자와 전각이 366칸에 달했다고 합니다. 이는 고운사가 단순한 사찰을 넘어 지역의 불교 중심지로서 큰 영향력을 행사했음을 보여줍니다.
고운사의 시련과 극복
고운사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화재를 겪었습니다. 1803년(순조 3년)과 1835년(헌종 1년)에 큰 화재로 건물들이 소실되어 대대적인 중수 작업이 이루어졌습니다. 이러한 역사는 고운사가 여러 시련을 겪으면서도 꾸준히 복원되고 유지되어 왔음을 보여줍니다.
현대의 고운사
최근까지 고운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16교구의 본사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의성, 안동, 영주, 봉화, 영양 지역의 60여 개 사찰을 관리하며 지역 불교의 중심지 역할을 해왔습니다.
고운사의 문화적 가치
고운사는 불교 신자들뿐만 아니라 한국의 전통문화와 역사에 관심 있는 모든 이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닌 장소였습니다. 천년의 세월이 만들어낸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서 한국 불교의 정수를 느낄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고운사 복원의 필요성
이번 화재로 인한 고운사의 전소는 한국 불교사와 문화유산에 큰 손실입니다. 그러나 과거에도 여러 차례 화재를 겪고 복원된 역사가 있는 만큼, 이번에도 복원을 통해 고운사의 역사와 전통을 이어나갈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복원 과정에서는 고운사의 역사적, 문화적, 종교적 가치를 충분히 고려하여 원형에 가깝게 복원하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동시에 현대적 화재 예방 시스템을 갖추어 미래의 유사한 사고를 방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결론
고운사의 전소는 단순히 하나의 사찰을 잃은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1300년이 넘는 한국 불교의 역사, 문화, 그리고 정신의 일부를 잃은 것과 다름없습니다. 의상대사의 창건 정신, 최치원의 학문적 열정, 그리고 수많은 승려와 신도들의 신앙이 깃들어 있던 이 소중한 문화유산의 손실은 우리 모두에게 큰 아픔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시련을 겪으면서도 우리는 고운사의 정신과 가치를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비록 물리적인 건물은 사라졌지만, 고운사가 상징하는 한국 불교의 정신과 문화는 여전히 우리 안에 살아있습니다.
앞으로 고운사의 복원 과정은 단순히 건물을 다시 짓는 것을 넘어, 우리의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계승하는 의미 있는 작업이 될 것입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과거의 지혜를 되새기고, 현재를 반성하며, 미래를 위한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고운사의 재건은 우리 모두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일입니다. 정부와 불교계, 그리고 일반 시민들의 협력을 통해 고운사가 다시 한번 그 위용을 되찾고, 한국 불교문화의 상징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합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는 문화유산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깨닫고, 그것을 보존하고 계승하는 일에 더욱 힘을 모아야 할 것입니다. 고운사의 정신은 우리의 마음속에 여전히 살아있으며, 그 정신을 바탕으로 우리는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 세상 읽기(시사 정보) > 🎭 문화·문화재' 카테고리의 다른 글
4월의 강을 건너는 광주 인문학의 밤, 21~27일 열린다 (9) | 2025.04.16 |
---|---|
영화 '승부', 박스오피스 1위! 손익분기점 돌파한 이유는? (4) | 2025.04.15 |
안동 만휴정 화마 피했다...'미스터선샤인' 촬영지 (10) | 2025.03.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