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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하인드 한국사 #46 : 한국 최초 근대식 병원의 설립 과정 논란

J.J.(제이제이) 2025. 5. 23. 22:10

비하인드 한국사 #46

한국 최초 근대식 병원의 설립 과정 논란 (광혜원 vs 제생의원)


1. 근대 병원, 한국에 처음 들어오다

19세기 후반, 조선은 개항과 함께 서양문물과 의료기술을 받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한국 최초의 근대식 병원은 어디인가?”라는 논란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공식적으로는 1885년 서울에 설립된 ‘광혜원(廣惠院, 후에 제중원으로 개칭)’이 널리 알려져 있지만, 부산의 ‘제생의원(濟生醫院)’을 최초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이 논란의 배경과 각 병원의 설립 과정, 그리고 역사적 의미를 살펴봅니다.


2. 광혜원(제중원): 왕실과 선교사의 합작, 공식 첫걸음

설립 배경과 과정

  • 1884년 갑신정변 당시, 미국인 선교의사 호러스 알렌이 중상을 입은 민영익을 서양 의술로 치료해 극적으로 살려냅니다.
  • 이 사건을 계기로 고종과 조정은 서양 의학의 효용성을 인정하고, 알렌의 건의에 따라 1885년 4월 서울 재동에 ‘광혜원’을 설립합니다.
  • 광혜원은 개원 13일 만에 ‘제중원(濟衆院)’으로 이름을 바꾸고, 왕립병원으로 운영되며 미국 북장로교 선교사들이 진료와 운영을 맡았습니다.

역사적 의미

  • 최초의 서양식 국립병원, 즉 조선 정부가 공식적으로 설립한 근대식 병원이라는 점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 이후 세브란스병원(1904년)으로 발전하며, 한국 근대의학과 의료교육의 뿌리가 됩니다.
  • 진료와 함께 기독교 선교, 의학 교육, 의료봉사 등 다양한 사회적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3. 부산 제생의원: 일본인 주도의 ‘최초’ 논란

설립 배경과 과정

  • 1876년 조일수호조약(병자수호조약) 체결로 부산항이 개항되면서, 일본인은 부산에 ‘왜관’을 설치하고 거주하기 시작합니다.
  • 일본 정부는 1877년 부산에 일본인 거류민과 상인을 위한 ‘관립 제생의원’을 세웁니다.
  • 초대 원장은 일본 해군 군의관 야노였고, 일본인뿐 아니라 조선인 환자도 일부 진료했습니다.
  • 이후 병원은 여러 차례 확장·이전되며, 일제강점기에는 ‘부산부립병원’, 광복 후에는 ‘부산시립병원’, 지금의 ‘부산의료원’으로 이어집니다.

역사적 의미

  • 제생의원은 ‘한국 땅에 세워진 최초의 서양식 병원’이라는 점에서 일부 학자와 부산 지역에서는 ‘최초’로 주장합니다.
  • 그러나 일본 정부와 일본인 주도로 설립·운영되었고, 주로 일본인 거류민을 위한 병원이었기에 ‘국립’이나 ‘공공의료’의 성격과는 거리가 있었습니다.
  • 조선인 환자도 진료했지만, 조선 정부의 공식 지원이나 참여는 없었습니다.

4. ‘최초’ 논란의 쟁점

1) 운영 주체와 설립 목적

  • 광혜원(제중원): 조선 정부와 미국 선교사가 공동 설립, 조선인을 위한 공식 국립병원
  • 제생의원: 일본 정부와 일본인 주도, 일본인 거류민 중심의 병원

2) 공공성·의료의 보편성

  • 광혜원은 왕실과 정부, 그리고 선교사의 협력으로 조선 사회 전체를 대상으로 한 공공의료 체계를 지향했습니다.
  • 제생의원은 일본인 사회 내 병원으로 출발했으나, 일부 조선인도 진료를 받았습니다.

3) 한국 의료사에서의 영향

  • 광혜원은 이후 제중원, 세브란스병원으로 이어지며 한국 근대의료와 의학교육의 중심이 됐습니다.
  • 제생의원은 부산 지역 의료의 시초이자, 일제강점기 일본인 의료체계의 근간이 됐습니다.

5. 제생의원과 한국 근대의학의 또 다른 의미

  • 제생의원은 천연두 치료법(종두법)이 처음 전수된 곳으로도 의미가 있습니다.
  • 의사 지석영이 1879년 이곳에서 일본인 의사에게 종두법을 배워 전국에 보급했습니다.
  • 이는 한국 의학사에서 ‘예방의학’의 출발점으로 평가받기도 합니다.

6. 결론: ‘최초’의 의미, 누구를 위한 병원이었나

  • 공식적·국립적 의미의 최초 근대식 병원은 광혜원(제중원)이 맞습니다.
  • 한국 땅에 세워진 서양식 병원 중 가장 이른 시기라는 점에서는 제생의원도 중요한 자리를 차지합니다.

결국 ‘최초’의 기준은

  • ‘운영 주체’(조선 정부 vs 일본인),
  • ‘설립 목적’(조선인 전체 vs 일본인 거류민),
  • ‘공공성’(국립병원 vs 민간/거류민 병원)
    에 따라 달라집니다.

오늘날 한국 근대의료의 뿌리는 광혜원(제중원)에서 시작됐지만,
부산 제생의원 역시 한국 의료사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이정표입니다.


참고 문헌

  • 우리역사넷, 「서양 의학의 전래와 구한말의 의료 활동」
  • 의학신문, 「1877년 부산에 세워진 제생의원」
  • 연세의료원, 「제중원 바로알기」
  • 지지앤지 ZZNZ, 「한국 최초의 서양식 병원 '제중원(광혜원)' 설립」
  • 네이버 블로그, 「한국 병원의 역사」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광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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